‘동물복지형’ 농장을 가다
“정유재란(丁酉再)이 아니라 정유계란(丁酉鷄)이에요.”김문조 더불어 행복한 농장 대표가 젖먹이 어린 돼지와 코를 맞대고 교감을 나누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가금류의 공장식 밀집사육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이끌어냈다. 물론 살충제 계란이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만 밀집사육도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더불어 행복한 농장의 돼지들이 폭신한 왕겨가 깔린 넓은 사용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동목장 산란계 방사장에서 한 토종닭이 횃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동 목장의 한우들이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경남 거창에 있는 더불어 행복한 농장의 김문조 대표는 2005년 독학으로 유럽의 사례를 연구해 직접 동물복지 시설을 갖췄다. 지난해엔 동물복지축산물인증 1호 돼지농장이 됐다. 동물복지농장 인증뿐만 아니라 도축장 인증, 운송차량 인증까지 마쳐야 받을 수 있는 마크다.
제동 목장의 토종닭들이 산란계 방사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토종닭들은 무항생제 사료와 제주 천연 암반수, 목장에서 직접 재배한 파프리카를 먹고 자란다.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 자라는 돼지는 출산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높아져 더 잘 자란다. 높은 사료요구율(1㎏ 성장하는 데 먹는 사료량)덕분에 사룟값만 매달 10~15% 절약된다. 폐사율도 관행 사육 농가의 4분의1 수준이다.
동물복지농장을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김 씨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없으면 제2, 3의 농장이 나올 수 없다”면서 “소비자의 시선과 관심이 산업을 서서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는 축산 패러다임을 밀집 사육에서 동물복지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입법 및 정책을 확대해왔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7-09-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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