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생태사찰 도연암 ‘산새 학교’ 가다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 사이에 길게 누운 지장산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샌드위치 패널 집이 보인다. 기둥과 기와는 없지만 부처님 모시고 수행하는 도연 스님의 암자이다. 이곳에 자리잡은 인연일까. 스님은 철원에 찾아오는 두루미와 함께 겨울을 난다.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두루미의 겨울 살림살이를 렌즈에 담는다. 두루미 사진으로, 그림으로, 책으로 스님은 잘 알려진 사람이다.초여름 햇살이 따가운 6월 휴일에 도연암 산새 학교를 방문한 가족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도연 스님이 들려주는 산새 얘기를 듣고 있다.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서 온 어린이들이 산새 학교에서 직접 만들고 각자 이름을 쓴 둥지를 들고 지장산 골짜기 적당한 장소에 설치하기 위해 숲길로 들어가고 있다.
꼼꼼하게 만든 둥지를 숲속 나무 등걸에 정성스럽게 걸고 있다.
철원에서 온 어린이들이 엄마와 함께 평상에 앉아 스님 얘기를 듣고 있다. “스님, 새소리 흉내 한 번 더 해줘요.” “둥지에 새알이 너무 작아요.” 아이들이 시끌시끌하게 즐겁다.
흰눈썹황금새
제일 작은 숲새
황조롱이
참새
때까치
곤즐박이
뻐꾸기
아름다운 새소리에 눈을 돌리면 새는 아쉽게 날아간다. “보려 하면 안 보이고 조용히 기다리면 홀연히 나타나는 것이 산새입니다. 새가 허락하는 간격을 유지하며 기다리는 게 중요하죠.” “살아가는 이치도 다르지 않은데, 그걸 넘으려 하니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라고 새소리만 들어 아쉬워하는 이에게 한마디 한다.
번식을 위해 애써 지은 둥지를 새끼 다 키우면 훌훌 버리고 떠나는 새의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이 하늘로 던진 그물에 스스로 갇힌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산새 학교를 운영하는 스님의 소망이다. 돌아나오는 어둑한 암자 마당에 “쪼로롱” 하고 방울새 소리가 울린다. 카메라로 가는 손을 멈추고 한참을 가만히 서서 들었다.
글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사진 도연스님 제공
2017-06-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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