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마리 길고양이와의 공존 위한 아픔 ‘중성화 수술’
동네를 배회하는 이른바 ‘길고양이’가 전국에 100만 마리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녀석들은 주택가 쓰레기봉투를 뜯어 거리를 어지럽히고 아파트 전력실에 들어갔다가 정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1년에 5차례나 되는 발정기 때 내는 울음소리는 사뭇 섬뜩하기까지 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해법이 될 만한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이른바 중성화(TNR) 사업이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Neuter), 방사(Return)의 약자다. 중성화를 통해 길고양이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다.길고양이를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시킨 후에 포획했던 장소에 그대로 놓아주는 것이 TNR사업이다. 수술 후 왼쪽 귀 일부분을 절단해 중성화 표시를 한 길고양이가 서초구 한 주택가에 방사되는 날 그동안 자신을 보살펴준 캣맘 신선호씨와 교감을 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 생태계를 희망한다.
서울시는 포획한 고양이를 지역별로 모아 한꺼번에 50여마리씩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이른바 ‘중성화 수술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고양이 생태를 잘 아는 캣맘들과 손잡고 올해 1만 마리 이상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캣맘이나 동물단체가 특정 지역의 길고양이 무리를 선택해 수술을 하면 비용의 절반을 시가 지원한다.
무서워하지 마, 다시 놓아줄게
캣맘 안지혜씨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하기 위해 차량에 싣고 있다.
금방 끝날 거야~ 조금만 참으렴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김재영(태능동물병원장) 회장과 자원봉사자들이 길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다.
상처 아물 때까지 여기서 쉬어
중성화 수술 후 회복 공간에서 고양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수술 3일 후 고양이들은 방사된다.
힘들었지? 토닥토닥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소속 수의사가 수술한 길고양이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영(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태능동물병원) 수의사는 “애완고양이와 달리 사람을 경계하는 길고양이는 무척 예민해서 마취도 잘 안 된다”며 수술을 시작했다. 수술은 대성공이다. 김 수의사는 “발정기가 없어짐으로써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질병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일 동안 입원치료를 하면서 상처 부위가 아물면 살던 지역으로 돌려보낸다.
안지혜 캣맘은 “중성화 수술과는 별도로 지자체에서 급식소를 더 많이 설치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민들과의 충돌을 줄이려면 주택가가 아닌 파출소, 교회, 공원 구석 등에 급식소를 설치하여 길고양이의 생활환경을 별도로 조성해 주는 것이다. 더불어 TNR을 위한 포획과 방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날씨가 풀리고 해가 길어지면 길고양이들이 번식해 개체 수가 급증할 것이다. 녀석들은 사람 근처에 살면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동물이다. 체계적인 관리가 없다면 거리를 활보하며 문제만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생태계는 다른 생명들이 살아갈 공간을 빼앗았다.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생태계를 위해 길고양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사진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2016-03-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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