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투자 ‘0’ 지원 ‘0’ 그럼에도… 열정 100℃ 감동 100점

[포토 다큐] 투자 ‘0’ 지원 ‘0’ 그럼에도… 열정 100℃ 감동 100점

입력 2015-11-15 23:22
수정 2015-11-16 09:5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엄마배우 등 50여명의 열의로 탄생한 ‘1946 화순’ 앙코르 공연

창작 뮤지컬도 만나기 어렵지만 역사 뮤지컬은 더 어렵다. 수입산 뮤지컬에 비해 관객은 적고 인원은 많이 필요해 한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정으로 가득 찬 서울 동숭동 대학로 연극인들이 역사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 투자도, 여타 지원도 없이 배우, 감독, 스태프들이 비용을 갹출해 소극장 뮤지컬 최대 인원인 50여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역사 팩션 드라마 ‘스탠딩 뮤지컬 1946 화순’을 공연했다. 초과 매진을 기록한 초연을 끝내고 조금 큰 무대로 옮겨 앙코르 공연을 하는 ‘스탠딩 뮤지컬 1946 화순팀’을 들여다봤다.

이미지 확대
앙코르 공연 첫날 출연 배우 모두가 무대 위에 올라 한목소리로 합창을 하며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강성남 기자 snk@seoul.co.kr
앙코르 공연 첫날 출연 배우 모두가 무대 위에 올라 한목소리로 합창을 하며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강성남 기자 snk@seoul.co.kr
●“논란 될 주제 다루는 게 예술”… 美군정과 대립했던 광부들, 민감한 소재 다뤄

몇 년 전 애초 라디오 드라마로 씌어졌던 원작 ‘화순탄광사건’을 보고 연극감독 류성은 1946년 미군정과 대립했던 사람들 얘기로 민감한 소재이지만 순박한 사람들이 해방 공간에서 겪은 일을 그냥 잊혀지게 둘 순 없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에 ‘아버지를 잃어버린 아이들 이야기’로 뮤지컬 ‘화순’을 만들기로 했다.

이미지 확대
홍보·음향·조명 등은 ‘재능 기부’
홍보·음향·조명 등은 ‘재능 기부’ 대학 졸업 후 첫 연극 무대로 ‘화순’에 출연하는 젊은 출연자들이 공연 당일 리허설을 마치고 재능 기부로 참여한 조명팀의 조명 설치 작업을 돕고 있다.
●“돈만 없지 나머진 다 있다”… SNS로 공연 알리자 대학 신인 등 50여명 몰려

‘돈만 없지 나머진 다 있다’는 투지로 일을 벌였다. “격동 공간 속에 순박한 광부들과 이들과 함께한 민중이 있었다. 그들 얘기를 뮤지컬로 만든다. 할 사람 모이자”라는 간단한 공지를 SNS에 띄웠다. 일주일 만에 수십 명이 모여 서둘러 마감했다. 오디션도 캐스팅도 없이 대학로의 나름 유명 배우부터 학교를 막 졸업한 신인까지 배우들이 모였다. 모두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첫 모임에서 류 감독은 강조했다. “장면 연습보다 작품에 필요한 연기 훈련이 중요하다. 열악한 조건에서 그나마 성공하려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스며들려는 집단성, 풍부한 연기 도구가 되는 눈빛, 터질 듯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호흡을 만들어야 한다.” 차츰 그들은 작품 속 광부, 민중들의 얘기에 젖어 갔고 연습할 때마다 진짜로 느끼고, 진짜로 울었다.

이미지 확대
대학로 연극인들 불타는 ‘열정’
대학로 연극인들 불타는 ‘열정’ 공연 2주 전 출연 배우들이 지독하다고 여겨질 만큼 반복적으로 공연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스탠딩 뮤지컬 1946 화순에 등장하는 노래 31곡은 모두 류성 감독의 글에 이정아 음악감독이 곡을 더해 완성했다.
이미지 확대
열악한 환경에도 빛나는 ‘눈빛’
열악한 환경에도 빛나는 ‘눈빛’ 때로는 천진난만한 몸짓으로, 때로는 비극의 중심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극 흐름의 중심을 지키는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 배역을 맡은 동안 배우들이 공연을 나흘 앞두고 연습실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연극판 힘들지만 우리 정신 안 죽어”… 초연 전좌석 매진에도 지원 또 무산

초연 전 좌석이 매진됐다. 비록 작은 소극장이었지만 놀라운 결과다. 앙코르 공연을 위해 공적 지원을 신청했으나 무산됐다. 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앙코르 공연을 만들겠다며 너도나도 나서서 10만원씩 자체 펀딩하고 다른 연극 스케줄이 잡혔던 배우들도 속속 돌아왔다. 한소리로 “연극판이 힘들다지만 우리 정신은 죽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역사를 반추하고 시대를 호흡하고 싶다”며 앙코르 공연을 준비했다.

이미지 확대
광부의 아내로 출연하는 배우 오혜진은 실제 본인의 아기와 함께 출연했다. 박서인 아기는 대학로 연극계에서 뮤지컬 무대에 출연한 최연소 배우가 됐다.
광부의 아내로 출연하는 배우 오혜진은 실제 본인의 아기와 함께 출연했다. 박서인 아기는 대학로 연극계에서 뮤지컬 무대에 출연한 최연소 배우가 됐다.
●“규모있게 공연했으면”… 소품 만드는 배우·10만원씩 ‘자체 펀딩’ 언제까지

홍보, 음향, 조명은 재능 기부로 진행됐고 소품 제작, 홍보물 디자인은 배우가 직접 했다. 열정으로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지원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 초연 때도 매진 행진이었지만 적자였고 지방 공연 요청도 ‘돈’ 때문에 갈 수 없다. 다양한 창작과 공연에 공적 지원이 적절히 이뤄져 상업 연극에서 풀지 못한 연극인들의 갈증을 풀어 준 ‘화순’도 규모 있게 공연하고 싶다는 것이 참여했던 배우, 감독, 스태프들의 꿈이다.

글 사진 강성남 기자 snk@seoul.co.kr

2015-11-16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