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하늘이시여… 간절한 바람 이루어주소서

[포토 다큐] 하늘이시여… 간절한 바람 이루어주소서

박지환 기자
박지환 기자
입력 2015-11-01 17:34
수정 2015-11-02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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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11월 12일 수능대박 기원 현장

60만 수험생들에게 11월은 특별하다. 오는 12일,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지는 달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을 둔 가정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는 지경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이 학력고사든 수학능력평가든 간에 대입 시험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40년이 흐른 지금도 대입 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능 점수이고 아직 대학의 간판이 미래를 좌우하는 사회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태 속 높은 수능 점수를 바라는 수험생과 가족이 만든 초겨울의 대한민국 풍경은 이제 세시풍속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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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대구 팔공산 석조여래좌상 앞에 수능을 며칠 앞두고 기도를 올리려는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평생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대구 팔공산 석조여래좌상 앞에 수능을 며칠 앞두고 기도를 올리려는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수능기도의 성지’ 팔공산 석조여래좌상에 모여든 모정

수능을 10여일 앞둔 주말, 평생 한 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는 대구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석조여래좌상 주위에는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경기 안양시 산본에서 온 정명순씨는 자녀의 이름과 사진이 붙은 대입학격기원 쪽지를 앞에 두고 연신 진지한 표정으로 불공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이 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멀리서 찾아왔다”며 “아침 일찍 오느라 힘들었지만 자녀의 시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냐”며 합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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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에서 한 수험생 학부모가 진지한 눈빛으로 합장을 하고 있다.
갓바위에서 한 수험생 학부모가 진지한 눈빛으로 합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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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본사 관봉의 향통에 학부모들이 피운 향으로 연기가 가득하다.
선본사 관봉의 향통에 학부모들이 피운 향으로 연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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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에서 합격사과를 생산하는 이종범씨가 합격이란 글씨가 새겨진 사과를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충북 충주시에서 합격사과를 생산하는 이종범씨가 합격이란 글씨가 새겨진 사과를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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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험생 학부모가 자녀의 사진이 붙은 학업성취 기도 발원문을 앞에 두고 연신 절을 하고 있다.
한 수험생 학부모가 자녀의 사진이 붙은 학업성취 기도 발원문을 앞에 두고 연신 절을 하고 있다.
●특허받은 ‘합격사과’ 인기… 포획논란 물범탕 과열 부작용도

수능시험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은 관련 아이디어 상품의 등장으로도 이어진다. 충북 충주시 주덕읍 당우리에서 과수농장을 운영하는 이종범씨의 사과나무는 독특하다. 붉은 사과에 합격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10여년 전 특허를 출원하고 이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첫해부터 대박을 낸 이씨는 이후 10년째 계속 출하량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에 수능이 있는 한 합격사과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이런 현상이 과열되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남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동물보호 논란을 불러일으킨 물범탕이 대표적이다. 이 탕의 주재료인 물범은 캐나다 등지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포획돼 유럽과 미주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못 먹이면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니 왜 한국이 최대 수입국인지 이해가 간다. 과학적 효능이야 있겠냐마는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이제 수능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짧게는 1년 동안 노력한 것에 대한 평가요 길게는 걸음마를 떼면서 시작된 배움의 성적표를 받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달력 속 수능 D데이가 가까워올수록 커져가는 불안감에 누군가는 물범탕을 먹고,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누군가는 공부로 밤을 지새운다. 입시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천태만상, 수험생과 고3보다 더 고3병을 앓는 학부모들이여 마지막 수능 당일까지 수능대박 건투를 빌어 본다.

글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015-11-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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