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함께한 반려견이 납치돼 죽어서 돌아왔습니다 [김유민의 노견일기]

9년간 함께한 반려견이 납치돼 죽어서 돌아왔습니다 [김유민의 노견일기]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1-11 22:57
수정 2021-01-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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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경찰 신고에 앙심 품고 납치 
시흥시 반려견 납치사건 피해견 밍이
보호자 “동물학대 제발 엄벌해주세요”

CCTV에 찍힌 반려견 납치
CCTV에 찍힌 반려견 납치
영업이 끝난 가게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남성이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가게 주인의 반려견을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가 9년간 함께한 반려견 밍이는 결국 죽어서야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었다.

밍이의 보호자는 1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흐느껴 말을 잇지 못했다. 밥을 잘 먹지 않아 매일 숟가락으로 끼니를 챙겨줄 만큼 각별했던, 하나밖에 없는 반려견이었다. 하루 아침에 모르는 남성에게 납치돼 싸늘하게 돌아왔다는 믿기 싫은 현실 속에서 간신히 견디고 있다고 했다.

사건은 11월 20일 새벽 5시 20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시흥시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피해자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30세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두 명이 출동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묻는 사이 이 남성은 피해자 옆에 있던 반려견 밍이를 들고 사라졌다. 밍이가 없어진 것을 안 피해자는 이날부터 보름이 넘도록 밤낮으로 밍이를 찾아 헤맸다.
경찰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묻는 사이 반려견을 납치해 사라진 남성.
경찰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묻는 사이 반려견을 납치해 사라진 남성.
그리고 한 달 뒤, 밍이는 이 남성이 들고 사라진 골목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피해자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반려견 밍이를 들고 자리를 떠나는 남성의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20분 뒤 다시 나왔을 때는 얇은 티 안쪽에 강아지로 추정되는 것이 보였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강아지를 데려간 건 맞지만 골목에서 놓아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흥경찰서는 이 남성에게 절도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피해자는 “이 남성이 골목에 들어가 반려견을 죽이고 옷 안에 넣어 이동한 뒤 다시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밍이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동물학대 범죄는 없었는지 밝혀내고 그 과정에 죗값을 치러야 하는 자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는 “삶의 전부고, 살아가는 이유였던 반려견이 끔찍하게 죽어 돌아왔다. 분노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강력한 법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동물학대 발생시 CCTV로는 동물이 움직이는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고, 사람이 사각지대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단서를 포착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경찰의 적극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수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밍아. 불쌍한 나의 강아지. 정말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보고싶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우리 밍이.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찾아내지 못해서 미안해. 언니가, 엄마가 밍이를 항상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저 바라만 보고있어도 좋았던 나의 강아지. 산책할 때 신나게 뛰다가 귀엽게 쳐다보면서 웃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품에 안고 싶다. 발냄새 맡는거, 뽀뽀하는거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이..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어. 너를 이유없이 아프게 한 사람을 가만히 두고보지 않을게. 최선을 다해서 싸워볼게. - 밍이의 가족으로부터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김유민의 노견일기 - 늙고 아픈 동물이 버림받지 않기를
김유민의 노견일기 - 늙고 아픈 동물이 버림받지 않기를 http://blog.naver.com/y_mint 인스타 olddogdiary 페이스북 olddogfamily
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동물의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진심으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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