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부탁해] ‘슈퍼사이클’ 맞는 조선업… 中 추격 따돌리고 세계 1위 지킬까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대호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연이어 수주 낭보를 터뜨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1만 45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달 29일 한국조선해양 콘퍼런스콜. 업계 고위 관계자의 전망에 시장은 한껏 달아올랐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쇠락한 조선업이 긴 불황을 끝내고 빛을 볼 거란 장밋빛 기대였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 추이
영국 조선·해운시황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4개월간 세계 조선사 누적 수주액은 1543만CGT(98척)였다. 최악의 불황으로 기록된 2016년(526만CGT) 같은 기간의 3배다.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올해 조선소 도크(선박 건조시설)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16일까지 세 회사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평균 48%였다. 호황을 직감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 세운 목표치(78억 달러·약 8조 7700억원)를 91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약이 예정된 수주까지 포함해 올해 목표를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대호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연이어 수주 낭보를 터뜨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제공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 불황과 호황을 반복한다. 한국 조선 ‘영광의 시절’은 2000년대다. 기존 패권을 쥐고 있던 유럽 조선사들이 하나둘씩 경쟁력을 잃고 몰락하는 가운데 그 자리를 한국 조선사가 차지했다. 당시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가져온 풍부한 물동량을 빨아들이며 국내 조선업계는 초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업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다. 한때 ‘빅4’로 거론되며 재계 14위까지 올랐던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중소 조선사들이 경영난에 빠졌다. 혹독한 구조조정 속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5년 약 19만명에서 2018년 11만명까지 쪼그라들었고 현재는 10만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기감 속 정부는 2016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현재까지 지원을 이어 오고 있다.
지독한 불황 속 잠시 재미를 본 적도 있다. 유가가 폭등했던 2012~2014년 해양플랜트 수주가 활기를 띠었을 때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를 시추하는 설비다. 1기당 가격은 1조~2조원 정도로, 고부가가치 선박이라고 평가되는 액화천연가스(LNG)선(약 2000억원) 5~10척과 맞먹는다. 고유가 속 해양플랜트 발주가 이어졌고, 국내 조선사들도 너나없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유가가 떨어지면서 업계는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대호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연이어 수주 낭보를 터뜨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1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제공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조치는 역설적으로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증명하는 사례”라면서 “자본잠식이 이어지면 금융기관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을 수 없어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적자탈출은 영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 1~4월 국가별 누계 수주량 비교
중국의 기세가 매섭다.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소형 선박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은 2012~2017년 글로벌 선박 수주 1위를 차지했고, 2018년 잠시 한국에 자리를 내줬다가 2019년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친환경 LNG선 발주를 중심으로 한국이 막판에 간신히 역전에 성공하며 1위를 빼앗았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글로벌 누계 수주액을 보면 중국은 705만CGT(46%)를 차지하며 한국(682만CGT·44%)을 제쳤다. 중국이 얄밉고도 무서운 이유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지난달까지 수주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자국 발주가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적인 목표 아래 자국 조선사에 발주를 몰아주고 있다. 한때 위상을 떨쳤던 일본은 2015~2016년 잠시 2위를 차지한 뒤 이후 지속적으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대호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연이어 수주 낭보를 터뜨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조감도.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제공
호황에 접어들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그만큼 오르면서 선박 건조 비용이 올라가서다. 탄탄한 내수가 뒷받침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기술 초격차’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에서 강점을 지닌 것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차별되는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대호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연이어 수주 낭보를 터뜨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제공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1-05-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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