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 수준으론 요격 어렵다”…이유는
끝까지 고속으로 나는 ‘극초음속 미사일’미사일 방어체계 회피하려 우회기동도
“北미사일, 현재 방어체계로는 요격 불가능”
재밍, 상승 단계 요격 등 ‘방패’ 연구 필요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1000㎞ 거리의 목표를 타격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보도했다. 2022.1.12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극초음속 미사일은 보통 목표물을 타격할 때까지 ‘마하 5’(초속 1.5㎞·마하 1은 초속 300m) 이상의 속도를 내는 비행체를 말합니다. 196㎞ 떨어진 평양에서 서울로 미사일을 쏜다고 가정하면 불과 2분 만에 도착하는 속도입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장기적으로 한반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패트리엇은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불가능”
지난 1월 11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해 1000㎞ 떨어진 수역의 목표를 타격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미사일을 실제 극초음속 미사일로 가정하고 북한의 발표대로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한다면 미사일은 사거리 600㎞까지 ‘마하 10’으로 비행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1초에 3㎞를 비행한다는 뜻으로, 1분이면 평양에서 서울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속도입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방과학원은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미사일은 발사 후 측면기동해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2022.1.6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는 정점 고도가 1000㎞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보단 훨씬 낮게 날면서도 요격이 불가능할 정도의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하강하는 듯 했던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 600㎞ 지점부터 양력(비행체를 공중으로 띄우는 힘)을 일으켜 700㎞에선 다시 위로 솟구치면서 전진합니다. 이것을 ‘풀업기동’이라고 합니다.
조홍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재현한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이동 궤적. 국방국방정책연구 캡처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목표물에 닿기 직전인 ‘종말단계’에서 급격하게 속도가 감소합니다. 이 때 요격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700㎞ 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일반 탄도미사일은 마하 1의 속도도 유지하지 못합니다. 이 때 상당수가 SM-2, 패트리엇 등 요격 미사일에 격추당합니다. 활공단계에서 마하 10의 빠른 속도를 얻기 위해 발사각을 강제로 크게 낮춘다고 해도, 종말지점엔 마하 1을 조금 넘는 속도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역시 요격 미사일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미사일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국무위원장. 2022.1.12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일반 탄도미사일은 지구의 중력을 이용한 탄도비행을 합니다. 그래서 일직선으로 날아가는데다 하강 경로를 예측할 수 있어 요격이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극초음속 미사일은 날개와 동체를 활용해 궤적을 바꾸는 비행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주로 종말단계 전 위로 솟구치는데다 심지어 좌우로 비행 방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격 미사일 레이더 반경을 우회한 뒤 90도로 방향을 틀어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추정되는 무력시위를 벌였으나 해당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알려진 16일 오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북쪽을 향하고 있다. 2022.3.16 뉴스1
그래서 우선 미사일을 놓치지 않고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 고도화가 시급합니다. 미국과의 실시간 탐지 정보 교류도 필요합니다. 이 장관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나 L-SAM(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을 업그레이드해 극초음속까지 요격하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인 미사일방어체계가 유사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 미사일 대응능력이 언제나 북한 미사일 위협보다 선제적으로 한발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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