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파이어, 이젠 ‘바다 암살자’…육해공 모두 쓰는 미사일 탄생 [밀리터리 인사이드]

헬파이어, 이젠 ‘바다 암살자’…육해공 모두 쓰는 미사일 탄생 [밀리터리 인사이드]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2-05-22 13:30
수정 2022-05-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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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해군, 헬파이어 함대함·함대지 발사 실험 성공

공대지 미사일로 활약한 ‘헬파이어 미사일’
이젠 함선에 장착…뛰어난 정밀성 부각
크기 작아 다량 적재…연안전투함 순차 장착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안전투함(LCS)인 몽고메리함에서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지상의 목표물을 파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안전투함(LCS)인 몽고메리함에서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지상의 목표물을 파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헬파이어 미사일’(AGM-114)은 미국의 정밀타격 기술을 대표하는 첨단 미사일입니다. 개발 초기엔 전차 등 기갑차량 공격 용도로 주로 쓰이더니, 2000년대 들어 테러리스트 암살 등 정밀 공격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로 육군과 공군이 애용하는 미사일인데, 최근엔 해군까지 눈독을 들여 ‘육·해·공군이 모두 사용하는 유일한 미사일’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습니다.

이 미사일은 1980년대 냉전시기 고속으로 기동하는 소련의 기갑차량을 공중에서 타격할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전차는 육중한 전면·측면 장갑을 두르고 있어, 지상에서 맞붙으면 파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탑 위쪽은 장갑이 약하고 방어 기능도 없어 하늘에서 미사일로 공격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헬파이어 미사일인 겁니다.
군은 미사일이 표적을 알아서 쫓아가는 ‘발사 후 망각’ 기능을 목표로 했지만, 초기엔 기술력이 부족해 ‘레이저 지시’ 형태로 개발을 완료합니다. 그런데도 미군은 열광했습니다. 미 육군의 ‘AH-64 아파치 헬기’에 장착하자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인 겁니다.

●헬기부터 무인기까지…은밀한 암살자그도 그럴 것이 관통력이 전차 전면 장갑도 뚫을 수 있는 최대 1400㎜여서, 파괴하지 못할 전차가 없었습니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의 맹활약을 지켜본 미군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암살자’로 불리는 미 공군 무인기 ‘MQ-9 리퍼’ 조합입니다.
헬파이어 미사일(날개 바깥쪽)을 장착한 MQ-9 리퍼. 미 공군 제공
헬파이어 미사일(날개 바깥쪽)을 장착한 MQ-9 리퍼. 미 공군 제공
2020년 1월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은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미사일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미군은 대담하게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 MQ-9를 띄운 뒤, 도로에 있는 솔레이마니 차량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쏴 암살했습니다. 이란의 입장에선 ‘테러’였지만, 군사전문가들은 미사일의 정밀성에 주목했습니다.
3일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이란 정예군 쿠드스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미군의 미사일 공격을 맞아 불타고 있다. 이라크 총리실 제공
3일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이란 정예군 쿠드스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미군의 미사일 공격을 맞아 불타고 있다. 이라크 총리실 제공
1993년 고속으로 기동하는 ‘A-10 탱크킬러’에 장착 가능하도록 조준능력을 높이고 화력을 강화한 ‘헬파이어2’(AGM-114K), 1998년 자동추적 기능인 ‘발사 후 망각’ 기능을 갖춘 ‘롱보우 헬파이어’(AGM-114L)가 잇따라 탄생하면서 미군의 눈높이도 계속 높아졌습니다. 1발당 가격이 1억원을 넘는 고가이지만, 전천후 활용성을 고려하면 그다지 비싼 것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대 장점 ‘발사 후 망각’…해군도 반했다2016년엔 심지어 미 해군도 미사일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발사 후 망각’ 기능을 갖춰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굳이 육군과 공군 작전에 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아파치 가디언(AH-64E). 방위사업청 제공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아파치 가디언(AH-64E). 방위사업청 제공
또 다른 장점은 작은 크기입니다. 버전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길이가 180㎝에 불과해 작은 함선에도 많은 양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인기인 리퍼도 1기당 최대 14발, 아파치엔 16발을 장착할 수 있어 어떤 기종도 화력을 쏟아붓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투함에 쓰는 단거리 미사일은 거액을 들여 새로 개발하는 것보단 헬파이어 미사일을 개량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수직 발사대에서 발사해 목표물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유도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미 해군은 2016년부터 만재배수량 3000t 규모인 연안전투함(LCS) 장착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엔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LCS로 연안 공격과 방어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적 고속정을 파괴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LCS에는 24발의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이 장착됩니다.

●연안전투함에 24발 ‘롱보우 헬파이어’ 장착
몽고메리함에서 발사하는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 실제 발사 속도보단 느린 화면으로 보여준 것이다. 미 해군 제공
몽고메리함에서 발사하는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 실제 발사 속도보단 느린 화면으로 보여준 것이다. 미 해군 제공
가장 최근인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LCS인 몽고메리함에서 3발의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함대지’ 공격 실험을 했습니다. 해병대 상륙작전 때 적의 방어기지를 무력화하는 실험이었는데, 마찬가지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이젠 해상전을 넘어 상륙작전 지원을 위한 함대지 능력까지 갖춘 겁니다. 더스틴 로네로 몽고메리함 함장은 “LCS는 병사들의 상륙을 돕기 위해 해안에 가장 근접해서 화력을 지원하는 함선”이라며 “LCS의 공격력을 높이는 다음 단계 실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육·해·공군을 모두 사로잡은 헬파이어 미사일의 진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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