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승조원 수면리듬 개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미 버지이아급 공격원잠 버몬트호에 탑승한 승조원들이 주황색 안경과 파란색 조명이 달린 안경을 착용하고 카드 게임을 하고 있다. 이들 안경은 잠수함 승조원의 고질적인 수면리듬 문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제공
수면 뒤 일어났을 때는 한동안 파란색 안경을, 취침 직전에는 주황색 안경을 쓰고 생활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평시에 일어난 대형 사고에 미 해군 수뇌부는 경악했습니다. 사고 당시 시각은 새벽 1시였습니다. 당직 사관의 경계 실패가 원인이었습니다. 미 해군은 곧바로 전 함정의 승조원 근무실태를 점검하기 시작합니다.
●“승조원 졸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해군 승조원의 ‘피로도’를 줄일 방법이 없을까. 미 해군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최소 7시간의 수면을 취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5시간만 잤다면 낮잠으로 2시간의 수면시간을 더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또 하루 24시간 중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지 않도록 규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였습니다.미 해군은 근무환경이 가장 열악한 잠수함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잠수함은 은밀한 침투가 핵심이어서, 승조원 모두가 소리에 민감합니다. 또 상시적인 환기를 할 수 없어 공기질이 나쁘고 피로도가 매우 높습니다. 수중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아 경계근무 스트레스도 매우 높습니다. 특히 큰 문제는 ‘햇빛’이었습니다.
햇빛을 쬐지 못하면 수면 리듬이 망가집니다. 잠수함 통로는 늘 불이 켜져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늘 낮이나 마찬가지여서 밤낮이 바뀌는 ‘자연광 주기’를 맞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잠수함 승조원 중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미시시피함(7800t급).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원자로와 추진기관 소음문제를 개선해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으로 불린다. 사거리가 2000㎞를 넘는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관 12기를 갖췄고 특수부대원 상륙 및 철수작전도 지원한다. 승조원은 137명이며 2016년과 2017년 한국을 찾았다. 서울신문 DB
미 해군연구소(USNI)에 따르면 NSMRL 연구팀이 잠수함 버몬트호의 승조원들에게 나눠준 파란색 조명 안경은 자연광 효과를 줍니다. 연구팀 표현에 따르자면 ‘인공 태양’입니다. 이 안경을 쓰면 뇌는 ‘지금은 아침’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미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인디애나호에서 근무하는 한 장교가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잠수함 근무는 ‘자연광 주기’와 다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기 쉽다. 미 해군 제공
연구팀은 손목에 위치추적기를 착용해 동선과 수면시간을 분석했습니다. 잠수함 근무 경험이 있는 디시코 중위가 직접 잠수함에 탑승해 승조원과 함께 생활하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주황·청색 안경 쓴 그룹이 더 많이 잔다”연구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NSMRL 심리학자 사라 차발은 “안경을 쓴 그룹이 쓰지 않은 그룹보다 더 많은 잠을 잔다”며 “또 안경을 착용한 그룹은 졸음도 덜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군에서 개발해 민간에서도 쓰이는 기술은 무수히 많습니다. 야전용 음식을 개발하다 발명한 ‘통조림’, 레이더 장비를 개발하다 우연히 발견한 ‘전자레인지’, 군 정보를 보호하는 과정에 만든 ‘인터넷’이 대표적인 군 발명품입니다.
미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워싱턴호의 승조원 침실. 미 해군 제공
우리 군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해군 승조원, 특히 잠수함 승조원의 사기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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