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입영에 달랑 ‘6000원’… 받고 싶을까요?
올해부터 예비군 훈련 강도는 크게 높아졌지만, 훈련 대상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예비군들의 불만이 적지 않겠죠. 그래서 저는 터무니없이 적은 동원훈련 보상비를 분석했습니다. 또 예비군 총격 사건 이후 훈련장 개선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병역법은 동원훈련 대상자에 대해 분명히 ‘현역과 같은 수준의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2011년 병사 봉급보다도 못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차량을 타고 예비군 훈련장으로 들어가는 예비군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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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예비군 훈련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2박 3일간 이뤄지는 ‘예비군 동원훈련’ 보상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나름 법적인 근거가 있었습니다. 병역법 제48조는 ‘병력 동원 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의 복무와 처우는 현역과 같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2조는 ‘병력 동원훈련 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은 현역에 준하여 복무하며, 예산의 범위에서 급식 또는 실비 지급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예비군 훈련은 크게 ‘동원훈련’과 ‘동원 미지정’, ‘향방훈련’ 등으로 나뉩니다. 예비군 1~4년차는 동원훈련과 동원 미지정 훈련을 받습니다. 동원훈련은 2박 3일간 부대에 입영해 훈련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원 미지정은 3일이라는 기간은 같지만 출퇴근 형식입니다. 예비군 5~6년차는 향방 기본훈련 8시간, 향방 작계훈련 6시간, 소집 점검훈련 4시간 등을 받게 됩니다.
동원훈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돈은 보상금과 교통비, 식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교통비와 식비를 제외한 순수 보상금이 6000원인데요. 하루에 6000원 받는다고 착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 분명하게 말씀드리면 ‘2박 3일’에 6000원입니다. 하루에는 2000원꼴인데요. 하루에 2000원을 봉급으로 받는다고 하면 이해가 쉽겠죠? 그나마 내년엔 7000원으로 1000원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내년 동원훈련 대상자는 40만 3000명입니다.
그럼 실제 병사 봉급과 비교도 해 봐야겠죠. “병사의 처지도 곤궁한데 예비군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고 목소리 높이는 분들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논쟁을 할 부분이 아닙니다. 예산정책처 지적대로 처우 논의를 넘어 정부가 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병사 봉급은 병장 기준으로 올해 17만 1400원에서 내년 19만 7100원으로 오릅니다. 내년에는 병장이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봉급이 6570원이 됩니다. 내년 현역 하루 봉급 6570원과 예비군 동원훈련 하루 보상금 2330원. 아무리 현역과 예비역이라지만 너무 큰 차이 아닌가요? 2011년 병장 하루치 봉급은 3460원이었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해도 내년 예비군 동원훈련 보상금이 낮습니다.
정부는 지난 5월 예비군 총기 사고 당시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은 2017년이 돼야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월 총기 사고가 일어날 당시 촬영한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의 총기 고정틀.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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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못한 국회 예산정책처가 “2박 3일 동원훈련 참가자 보상금을 현역 병장 봉급 수준인 2만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보상금을 2만원으로 올리려면 예산 80억원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1000~2000원 인상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국방부도 예비군 사기 문제를 고려해 해마다 동원훈련 보상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동원훈련 보상금은 2011년 5000원, 2012년 5000원, 2013년 5000원으로 유지됐다가 2014년 6000원으로 1000원 올랐고 올해도 6000원으로 유지됐습니다. 예산을 검토하는 국회에서 보상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인데 예비군들의 사기가 오를까요?
물론 동원훈련 보상금만 적은 것은 아닙니다. 예비군 훈련 ‘교통비’와 ‘식비’도 부족한데요.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국방부가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평균 교통비는 1만 3210원, 식비는 898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하루 8시간을 받는 향방 기본훈련 교통비와 식비는 각각 6000원을 주는데요. 동원훈련 교통비는 거리에 따라 계산해 줍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아직 학생이거나 취업 준비 중이어서 벌이가 없는 청년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애국페이’를 내고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기에 앞서 현실에 맞는 훈련 보상금을 책정해 국가의 책임부터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내 돈과 시간을 쓰면서 나라 지키는 훈련을 받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왜 예비군들이 너도나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지 다시 한번 헤아려 보시길 바랍니다.
●총기사고 발생 후 안전문제도 도마 위
지난 5월에는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최모(23)씨가 동료에게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졌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방부는 당장 예비군 훈련장 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예비군과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대책을 지켜 보기로 했는데요. 최근 국회가 내놓은 정부 예산안 분석에서는 이 대책에도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총기사고 후속 조치로 지난 6월 ▲사격 통제탑 보수 ▲사격장 방송 시스템 개선 ▲탄약분배대 보수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가운데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은 사로별로 표적지까지 레일을 설치해 예비군이 직접 이동하지 않고 사격 결과를 확인하도록 한 시설 개선 대책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격장에서 시설 개선을 완료하는시점은 ‘2017년’이라고 합니다. 국방부는 지난 6월 대책을 발표할 당시 시설 개선을 내년까지 완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레일이동형 표적확인시스템’ 3년 후에나 적용
국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내년 3월 계약을 하고 4~5월 중 설계를 마치고 6월 이후 공사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공사에는 3~4주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획대로라면 11월이면 공사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이 필요한 사격장 31곳 가운데 23곳에만 공사 예산이 반영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31곳 모두 소요 예산을 요청했는데 최종적으로 예산안이 반영된 곳은 23곳”이라면서 “예산 배정이 되지 않은 8곳에서는 2017년에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예비군 훈련은 겨울철을 제외한 3~11월 사이에 이뤄집니다. 2017년에 공사를 마무리하면 예비군들은 이 시스템을 2018년 3월이 돼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기 사고가 터지고 나서 3년이 가까운 시점에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입니다. 예산정책처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후속 조치의 실효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 구축을 2016년 내에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올해 완료하기로 한 ‘총기 고정틀’ 설치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단 총기 고정틀 설치 작업은 이미 마무리됐고, 재질과 규격 표준화 작업은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junghy77@seoul.co.kr
2015-12-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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