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의 글로벌 이슈] 코로나發 위기… 美 등 경기부양책 시동
인도 북서부 주요 도시인 암리차르의 식당, 숙박업소 주인과 직원들이 6일 시내에서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주 정부가 저녁 시간대 영업을 금지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인도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중산층 비중이 가장 많이 줄었다.
암리차르 AFP 연합뉴스
암리차르 AFP 연합뉴스
●중산·고소득층 1억 5000만명 한 계단 떨어져
미국의 여론조사·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세계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수입이 10~50달러 사이인 전 세계 중산층 인구는 24억 6400만명으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9000만명 준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 충격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은 전 세계 중산층 인구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제적 충격을 덜 받고 버틴 덕에 중산층 감소 폭이 작았다고 퓨리서치센터는 분석했다. 하루 수입이 50달러 이상인 고소득층 인구도 당초 5억 3100만명보다 6200만명 줄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났던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1억 5200만명이나 사회경제적 사다리에서 한 계단씩 내려오게 된 것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8년 동안 전 세계 중산층 인구는 17억 3900만명에서 24억 7200만명으로 증가했다. 매년 평균 9160만명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중산층 인구가 오히려 줄었다.
세계 중산층 인구가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이 컸던 인도 등 남아시아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중산층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다.
중산층 인구가 그나마 덜 준 것은 중국 경제가 선방한 것이 주효했지만 선진국에서 고소득층에 속했던 4700만명이 한 계단 떨어져 새로 유입된 것도 한몫했다. 전 세계 고소득층 인구 9300만명 가운데 4억 8900만명이 선진국에 살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속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중산층으로 내려앉은 고소득층 인구는 500만 명으로 전년보다 약 12% 줄었다.
●작년 인도 등 빈곤층 1억 3100만명 늘어나
반면 우려했던 대로 지난해 저소득층과 빈곤층 인구는 급증했다. 하루 수입이 2달러에 못 미치는 빈곤층은 8억 300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에 예상했던 수치보다 무려 1억 3100만명이나 늘었다. 하루에 2~10달러를 버는 저소득층도 39억 5600만명으로 2000만명이 증가했다.
빈곤층은 코로나 이전부터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11억 4000만명 중 4억 9400만명이 빈곤층이다. 주목되는 것은 코로나로 인도 등 남아시아 국가들의 빈곤층 인구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빈곤층으로 떨어진 남아시아 지역 인구는 7800만명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4000만명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빈곤층의 급증은 그동안 유엔과 세계은행 등이 십수 년 공들여 온 빈곤 퇴치 노력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빈곤층 인구는 2011년 10억 8100만명에서 2019년 6억 9100만명으로 줄었다. 매년 평균 4900만명이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이 같은 감소 추세를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세계은행도 빈곤층 급증을 경고한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와 경기침체,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빈곤층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코로나로 지난해 8800만~1억 1500만명이 새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따라 빈곤층 인구는 2021년까지 최대 1억 5000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세계은행은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빈곤율은 2017년 9.2%에서 2020년 9.1~9.4%로 올라가고 올해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만 발병하지 않았다면 2020년 빈곤율이 7.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세계 빈곤율을 2030년까지 7%로 낮추겠다는 세계은행과 유엔의 목표는 코로나와 국지적인 갈등, 기후변화로 먹구름이 끼었다. 각국 정부가 신속하고도 과감한 정책을 펴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부양책을 발표하며 코로나 위기에서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1조 9000억 달러(약 2140조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 법안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역사적인 입법은 나라의 근간을 재건하고 이 나라의 사람들, 노동자, 중산층, 국가를 건설한 사람들에게 싸울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의 약 90%에게 1인당 최대 140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오는 9월까지 주당 300달러의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미국의 부양책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코로나 위기에서도 점차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美 법인세 하한선 설정 주도… G20도 공조
IMF는 지난 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5% 포인트 높은 6.0%에 이를 것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10월 5.2%에서 6개월 만에 성장률 예상치를 0.8% 포인트 올렸다. 내년 성장률도 직전 전망치(4.2%)보다 0.2% 포인트 높은 4.4%로 상향 조정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IMF가 1980년 이후 내놓은 가장 높은 세계 성장률 전망치라고 전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확대와 세계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의 ‘V자형’ 반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분위기다.
OECD도 최근 전망에서 미국의 부양책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던 4.2%에서 5.6%로 1.4% 포인트나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타격이 가장 컸던 저소득층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지만, 중산층에 대한 지원책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신문은 현금 지원 효과가 저소득층의 경우 생필품 구매로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중산층도 1년 동안 자제해 왔던 외식과 여행, 소비욕구가 촉발되면서 경제적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IMF는 향후 세계 경제는 코로나 변이 추이와 백신과의 관계, 각국 정책의 효과, 원자재 가격 상황 등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각국이 재정을 대규모로 동원한 만큼 급증한 국가 부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도 관건이다.
국제사회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처럼 공동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며 해법 도출에 나섰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부 선진국과 주요 20개국(G20)이 공조하는 모양새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7일(현지시간) IMF·세계은행 봄 총회 기간 중 화상회의를 열고 경제 전망이 개선됐지만 부양책을 조기에 철회해서는 안 되며 올 중반까지 법인세 하한선 설정과 디지털세 부과 방안 등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제안한 법인세 하한선 설정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OECD와 IMF가 지지 의사를 밝혀 앞으로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코로나발 경제 및 사회 위기는 글로벌 위기다. 특정 국가 홀로 극복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2021-04-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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