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7) 스타트업-1,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향해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7) 스타트업-1,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향해

입력 2015-10-29 17:12
수정 2023-03-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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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버(Uber)는 우버화(Uberfication)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화제를 모았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로 창업 7년 만에 500억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하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신생 벤처)이 되었다. 한해 8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의 1.5배가 넘는다. 7년 전 거실에 매트리스 3개를 깔고 시작한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는 190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전 세계에 4000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는 메리어트(Marriott)보다 비싼 255억 달러다. 필자의 짧은 계산법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요즘 이런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는 스타트업의 세계를 알아보자.

The Age of Unicorns (출처: www.adweek.com)
The Age of Unicorns (출처: www.adweek.com) The Age of Unicorns (출처: www.adweek.com)

 투자조사업체 CB 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142개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상상 속의 동물처럼 희귀하다고 해서 ‘유니콘(unicorn)’이라 불렀다. 그런데 올해만 벌써 1분기에 11개, 2분기에 24개가 탄생하여 그 수가 급증하면서 ‘얼룩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니콘 기업가치의 10배가 넘는 슈퍼 스타트업 ‘데카콘(decacorn)’도 등장했다. 2013년에는 페이스북 하나뿐이었는데 이후 과대평가의 우려 속에서도 우버(Uber), 에어비엔비(Airbnb), 핀터레스트(Pinterest), 스냅챗(Snapchat) 등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2년 전 63개에 불과하던 미국의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은 올해 들어 1074개로 늘었다. 컨설팅 업체 가트너는 “2017년에는 설립 3년 미만의 스타트업이 사물인터넷 솔루션의 50%를 공급하며 도입을 주도할 것”이라며 신생 벤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물론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선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미래의 유니콘을 꿈꾸는 스타트업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개척자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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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국가 이스라엘 (출처: OurCrowd)
창업 국가 이스라엘 (출처: OurCrowd) 창업 국가 이스라엘 (출처: OurCrowd)
 스타트업의 성지, 이스라엘에는 6000개가 넘는 신생 벤처가 활동하고 매년 600여 개가 새롭게 창업을 한다. 이런 벤처 기업들이 국가 전체 수출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에는 하이테크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금액만 150억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만 해도 80개가 넘어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반도 면적의 십분의 일, 인구 팔백만의 창업국가(Startup Nation) 이스라엘이 전 세계 스타트업 열풍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이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글로벌 기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270개가 넘는 IT 기업들이 텔아비브, 하이파, 예루살렘 등지에 거점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 Xbox360이 출시되었을 때 경쟁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TV 앞에서 게임이나 운동을 할 때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카메라 키넥트(Kinect) 때문이었다. 이 제품을 개발한 이스라엘의 벤처 프라임센스(PrimeSense)는 애플이 3억4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몸값이 더 높아졌다. 13억 달러에 구글에 팔린 이스라엘판 T맵 웨이즈(Waze), 아마존이 인수한 반도체회사 안나푸르나랩(Annapurna Labs), ARM이 사들인 보안업체 산사시큐리티(Sansa Security) 등 2006년 이후 600여 개의 해외 인수합병이 성사되었다. 사물인터넷 분야의 창업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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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국가 중국(출처: chinaccelerator.com)
비즈니스 국가 중국(출처: chinaccelerator.com) 비즈니스 국가 중국(출처: chinaccelerator.com)
  다음으로 중국은 작년 한 해 동안 제2의 샤오미, 알리바바를 꿈꾸며 창업에 뛰어든 인력이 290만 명에 이를 만큼 열기가 뜨겁다. 인천시 인구와 비슷한 숫자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보고서(GEM)에 따르면 전체 회원국 가운데 중국의 창업자 지수가 1위다. 글로벌 기업 레노버와 중국의 구글 바이두를 탄생시킨 베이징의 중관춘에는 3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칭화대, 베이징대, 과학원 등 명문대학과 글로벌 기업이 몰려 있어 연구개발 인력만 10만 명이 넘는다. 이곳의 창업 카페 거리 ‘처쿠(車庫)카페’는 예비 창업자, 투자자, 인큐베이터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다. 이미 170여 개의 창업 팀을 배출한 이곳의 핫토픽 역시 ‘사물을 연결하는 인터넷’이란 의미의 우리엔왕(物聯网, Internet of Things)이다.
 선전(深圳)은 개혁개방의 산실답게 다른 중국 도시보다 더 활기차고 개방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 제조 스타트업이 몰려들며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최고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자랑하는 제품으로 경쟁사를 위협하는 샤오미, 화웨이, 메이주가 모두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PCH International, HAX, SEEED와 80여 현지 액셀러레이터도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조 기반이 없는 벤처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설계를 대행해주는 디자인 하우스와 소규모 생산부터 양산까지 지원하는 업체가 수백 곳에 이른다. 올해 세계 가전전시회인 CES 참가 기업 중 선전 출신 스타트업이 471개로 한국, 프랑스, 캐나다, 영국, 독일, 일본 업체 모두를 합한 것보다 많았다. 이들은 중국이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 도시 (출처 Wall Street Journal)
스타트업 도시 (출처 Wall Street Journal) 스타트업 도시 (출처 Wall Street Journal)

 혁신적이고 창업 친화적인 행정을 펴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도 치열하다. 전 세계 40개 도시의 친혁신 정책을 분석한 시티(CITIE)의 보고서는 개방성, 인프라, 리더십 측면에서 9가지 정부의 역할을 비교 분석했다. 뉴욕, 런던, 헬싱키,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이 상위 5개 도시로 꼽혔는데 어떻게 스타트업을 유인하고 육성하는지 참고 할만하다. 이제 스타트업은 개인이나 기업의 성패를 넘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한 축이다.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

약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연구임원(전) ▪ 중국삼성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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