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 인권유린 자행한 형제복지원
부랑인 관리 지침 근거로 3만명 입소행정부 조직적 은폐로 원장 ‘면죄부’
계류 중인 특별법도 제정 탄력받을 듯
지난 1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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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의 실상은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에 근무 중이던 김용원 검사(현재 변호사)가 울산의 한 공사장에 동원된 원생들의 노역 현장을 우연히 발견해 수사를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불법 감금과 강제 노역, 구타와 학대, 성폭행 등이 자행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권력층의 외압과 행정 당국의 조직적인 은폐·축소로 복지원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최근 시의 관리 감독 소홀로 무고한 시민이 불법 감금돼 폭행과 강제 노역 등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복지원 사건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사과했다.
당시 김용원 검사가 외압을 받으면서도 박인근 복지원장을 체포해 재판에 넘겼지만 횡령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고, 핵심 혐의인 불법 감금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따른 적법한 수용이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 훈령 자체가 위헌·위법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 대검 검찰개혁위원회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대법원 비상상고를 권고한 것이다. 비상상고가 받아들여져 대법원이 재심의 절차를 밟게 되면 당시 불법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피해 생존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탄력을 받게 됐다. 특별법은 2014년 처음 발의됐지만, 심의를 미루다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6년 다시 발의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돼 있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돼야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지원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이향직씨는 “특별법의 가장 큰 목적은 당시 야만적 인권유린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이라며 “피해자 보상 등 금전 문제로 초점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sdragon@seoul.co.kr
2018-09-2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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