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꼴뚜기·대구·홍합·따개비… ‘독도는 우리 땅’ 가사가 바뀐다 [홍희경 기자의 기후변화 스코프]

오징어·꼴뚜기·대구·홍합·따개비… ‘독도는 우리 땅’ 가사가 바뀐다 [홍희경 기자의 기후변화 스코프]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2-02-15 19:36
수정 2022-02-1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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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독도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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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잿방어. 잿방어는 여름에 독도를 찾는 방문종이다.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잿방어. 잿방어는 여름에 독도를 찾는 방문종이다.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영화 기생충에 개사된 곡이 삽입되면서 외국인들조차 따라 부르는 ‘독도는 우리 땅’의 도입부다. 남녀노소 모두 1절 가사쯤은 눈 감고도 부르는 이 노래가 방송금지곡이 된 적이 있다. 이영훈 작가의 책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는 KBS가 2001년 4월에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1번지’로 시작하는 2절 도입부 가사를 문제 삼아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기록했다. 2000년부터 행정구역이 ‘남면 도동’에서 ‘독도리’로 바뀌면서다.

노래 가사가 먼저였고, 행정구역이 바뀐 건 나중인데 가사 오류를 문제 삼을 수 있나 싶지만 다른 노래도 아닌 ‘독도는 우리 땅’이라면 누구도 우길 수 없도록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담아내야 한다는 신념이 담긴 판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신념 때문에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는 툭하면 바뀌었다. ‘독도리’가 가사에 반영된 것은 물론이고 ‘노일전쟁’은 ‘러일전쟁’으로, ‘뱃길 따라 200리’는 ‘뱃길 따라 87K’로 맞춤법과 도량형의 변화가 반영됐다.
가사를 바꾸는 게 꼭 인간의 일만은 아닌 것이, 최근 들어선 기후변화가 개사를 종용하고 있다. 노래에 등장하던 해양생물의 수는 이미 대폭 줄어든 지 오래다. 노래가 탄생한 1982년에 3절은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연어알, 물새알~’로 시작했지만 지금 가사에 남은 해양생물은 ‘오징어, 꼴뚜기, 대구, 홍합, 따개비’이다. 1970년대 실시된 어장조사와 1990년대 중반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잠수조사의 결과가 가사에 담겼다.

가사에 포함된 해양생물의 수가 준 것이 독도 연안의 황폐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독도 연안에서 발견되는 해양생물 출현 종수는 잠수조사를 거듭할수록 느는 중이다. 다만 이렇게 새로 출현하는 해양생물들이 기존에는 보기 어렵던 열대, 아열대 어종인 까닭에 가사로 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열대, 아열대 바다에서 살던 물고기들은 여름에 독도 연안에서 발견되다가 겨울이 되면 사라지곤 하기 때문이다.

명정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15일 “동해의 수온은 지난 50여년 동안 약 1.7도 상승했다”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30년 가까이 독도 연안 생태계를 잠수조사한 결과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상이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매년 새로이 확인되는 어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장조사가 이뤄지던 1970년대엔 온대성, 한대성 어종들이 독도 연안을 주름잡았다. 당시 조사용 어구에 잡힌 물고기는 점가자미, 기름가자미, 쥐노래미, 인상어, 미거지 등 14과 18종으로 대부분 깊은 바닥에서 잡혔다. 이후 잠수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포착된 독도 연안 어종은 150여종, 2006년 이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독도전문연구센터에서 수행한 독도지속가능이용연구에서 확인된 어종까지 포함하면 대략 200여종이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길목에 있으면서 인적이 드문 독도는 예전부터 수산자원의 보고로 불리던 곳이다. 난류가 북상하는 여름과 한류의 기세가 강해지는 겨울에 각각 다른 어종이 관찰되며 다양성을 키워 온 곳이다. 그런데 기후변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과거에 없던 열대, 아열대 어종이 새롭게 포착되는 것이 독도 연안 생태계의 특이점이다. 명 박사는 “여름에 일시적으로 열대, 아열대 어종의 구성비가 높아지지만 수온이 10도 전후로 하강하는 겨울에는 자리돔을 제외하면 대부분 온대성 어종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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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비늘배도라치.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비늘배도라치.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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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도루묵.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도루묵.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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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인상어.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인상어.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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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인상어 무리.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인상어 무리.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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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자리돔 무리.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독도를 품은 동해의 수온이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7도 상승하면서 여름철 독도 근처에서 아열대성 어종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토착어종들이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중에도 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0년 이후 독도 주변 바닷속에서 촬영된 물고기들. 자리돔 무리.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캡처
정리하자면 요즘에도 독도 연근에서 연중 발견되는 어종은 노래미, 쥐노래미, 망상어, 인상어,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볼락, 개볼락, 가시망둑, 가막베도라치, 비늘베도라치, 그물베도라치, 앞동갈베도라치, 별망둑, 넙치, 자리돔 등으로 수십년 전과 크게 다르진 않다. 여름철이 되면 흰꼬리자리돔, 민동갈돔류, 세줄가는돔, 노랑점무늬유전갱이, 청줄베도라치 유어, 갈돔류 유어, 살벤자리 유어, 홍바리 유어, 청대치, 은줄금눈돔, 살자리돔 유어 등이 독도 연안에서 새롭게 확인됐는데, 이 종들은 고수온기에만 독도 연안에서 출현하는 일시 방문종으로 분류된다. 나아가 독도 연안에선 아직까지 파랑돔, 줄도화돔, 독가시치, 쏠배감펭, 청줄돔, 살자리돔과 같은 고수온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당국은 이 어종들을 환경 지표종으로 두고 해양생태 변화를 관측 중이다.

난·한류가 교차하는 독도에선 기후변화의 영향력이 어종 다변화로 이어졌지만, 전 세계 바다로 시야를 넓히면 해수 온도 상승은 치명적인 방향으로 향하는 중이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물속 산소량은 줄어든다. 미국 지구물리학협회는 2080년까지 지구 대양의 70%가 해수 속 산소 부족으로 인해 고통받을 것이고, 해양 생태계에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기후 모델링 연구를 발표했다. 수온상승으로 인한 산소 부족 문제로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극지대와 가까운 바다로 조사됐다.

만약에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에 열대, 아열대 어종이 삽입되는 시점이라면 세계의 바다를 되돌릴 기회는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2022-02-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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