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많다
기준도 없이 보기 좋은 나무가 비싸다
“원가 얼마 안 돼요”… 대부분 땅값나무 아래 유골함·가루 묻는 방식
안치 수·수종·굵기 등 따라 가격 차
유족 마음 이용해 고가 상품 유도
비석·표식 등 인공물 추가 판매도
“추모 아닌 쇼핑 느낌” 의미 퇴색
성인 남성 종아리 높이만 한 작은 나무의 수목장 사용료는 700만~900만원이다. 유골함은 1~2개만 안치 가능하며 관리비는 매년 10만원이다. 한지은 기자
경기도 소재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A수목장. ‘할아버지를 모실 곳을 미리 찾고 있다’고 문의하자 직원이 성인 남성 가슴 높이의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가로 200㎝, 세로 250㎝ 되는 작은 공간을 보여주며 2800만원을 제시했다. 바로 뒤에 있는 비슷한 크기의 나무 가격은 3800만원. 세로가 50㎝ 더 길어 그 앞에서 절할 공간이 확보된다는 이유로 1000만원이나 더 값이 비쌌다. 이른바 명당으로 꼽히는 자리의 경우 가격은 억대로 올라간다. 수목장 관리자는 평범해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저쪽부터는 1억원”이라고 말했다. 땅값 이야기를 했지만 빌리는 것일 뿐 땅의 소유권이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 고액 분양을 받지만 법적으로 보장받는 대여 기간은 없는 셈이다.
부르는 게 값?
이 나무들 중 가장 비싼 나무는 무엇일까요. 경기도 소재 수목장의 분양가는 25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다. 가격 책정의 기준은 나무 굵기, 위치 등이라지만 육안으로는 쉽게 판별이 힘들다. 한지은 기자
매장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수목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목장은 자연장의 한 방식으로 나무 밑을 파서 유골함을 넣거나 흙과 섞은 유골 가루를 그 아래 묻는 형태다. 이미 조성된 산림 지역을 그대로 활용해 수목장을 한 곳을 수목장림이라고 한다. 친환경적이고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성인 남성 키보다 작은 향나무가 심어져 있는 1.5평 남짓한 공간의 이용료는 2800만원이다. 경기도 소재 한 사설 수목장에서는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억까지의 수목장 분양권이 판매되고 있다. 한지은 기자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고가의 분양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경기도 소재 수목장 10곳을 확인한 결과 적게는 200만원부터 최고 1억원까지 가격 편차가 컸다. 수목장은 기본적으로 개인목·가족목 등 안치 수에 따라 가격이 나뉜다. 그 외 나무의 위치나 굵기, 수도권 소재 등 부가적인 요소에 따라서도 크게 가격 차이가 났다.
그래픽 김예원
소비자들로서는 가격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족이 죽고 나서야 장례를 준비하는 유족들의 경우 장례업체에서 소개하는 곳을 이용하는 예가 많다. 중개가 성사되면 장례업체에 리베이트를 주는 구조가 아직도 만연해 있다. 사전에 많은 정보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업체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분양가 1억원의 수목장
높이 1m가 조금 넘는 소나무(왼쪽)의 수목장 가격은 1억원이다. 이곳의 수목장 분양가는 200만~1억원으로 나무의 크기와 종류,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한지은 기자
방만하게 운영하거나 관리가 소홀한 사설 수목장도 문제가 된다. 수목장 선호가 높아지자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영세 법인이 운영하는 수목장은 경영 악화로 파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허가 면적을 초과하거나 무허가로 산지에 불법 수목장을 조성해 적발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그런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유족들이 떠안아야 한다. 산림복지진흥원 관계자는 “영세한 종교재단이 조성한 수목장에서 일방적인 폐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계약자들은 이미 낸 분양가를 포기하면서 관리가 안정적인 국립 수목장림으로 이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수목장림은 사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관리에 대한 우려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국립 수목장림의 가족목은 200만원대로 사설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현재 국립 수목장림은 경기 양평 ‘하늘숲추모원’과 제2수목장인 충남 보령 ‘기억의 숲’ 단 두 곳뿐이다. 때문에 국립 수목장림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소재 한 사설 수목장에 있는 잔디장 풍경
잔디장은 분묘나 나무 없이 한 뼘 길이의 비석으로만 고인의 유골이 묻힌 자리를 표시한다. 사용료는 150만원, 관리비는 매년 5만원이다. 한지은 기자
한편으로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장이란 취지로 봤을 때 지금의 자연장 형태가 바람직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시설에서는 나무와 함께 비석이나 표식 등 인공물을 추가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초빙교수는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자연장 취지에 맞지 않게 고인의 ‘흔적’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한지은 기자
서울신문의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기획 기사는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Sb2AsRnTwc
| 관련 기사 목록 |
<1회> 버려진 무덤
⬝ [단독]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18001006)
⬝ [단독] “동티날까 봐 맘대로 못허구”… 잊힌 무덤은 다시 수풀에 묻혔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18004002)
⬝ [단독] 42년 만에 창고로… 조상님은 떠나기 전 ‘임시 정거장’에 들렀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18005002)
<2회>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많다
⬝ [단독] “조상님 얼굴도 모르는데 벌초”… 60년 후 1명이 묘 22기 돌본다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0008001)
⬝ [단독] 소나무 한 그루에 1억까지… 천차만별 가격에 ‘수목장’ 엄두 못 낸다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0009001)
⬝ [단독] 후손들 몰래 ‘파묘’·합의금 노린 ‘알박기’… 법정에 선 조상님의 묘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0008002)
<3회> 파묘, 그 이후
⬝ [단독] 자식들에게 짐 될까 봐, 가까이 모셔 자주 보려고… 파묘 ‘결단’하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6004)
⬝ [단독]“묘 정비할 돈으로 다리 더 놓지”… 정부도 손놓은 한시적 매장제도[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5001)
⬝ [단독] “자손 따라 조상 묘지도 상경… 배산임수는 옛말, 요즘엔 수도권이 명당”[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6003)
⬝ [단독]“흩어진 조상님 무덤 한곳에… 파묘, 달라진 시대의 효 실천 방법”[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5002)
<1회> 버려진 무덤
⬝ [단독]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18001006)
⬝ [단독] “동티날까 봐 맘대로 못허구”… 잊힌 무덤은 다시 수풀에 묻혔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18004002)
⬝ [단독] 42년 만에 창고로… 조상님은 떠나기 전 ‘임시 정거장’에 들렀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18005002)
<2회>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많다
⬝ [단독] “조상님 얼굴도 모르는데 벌초”… 60년 후 1명이 묘 22기 돌본다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0008001)
⬝ [단독] 소나무 한 그루에 1억까지… 천차만별 가격에 ‘수목장’ 엄두 못 낸다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0009001)
⬝ [단독] 후손들 몰래 ‘파묘’·합의금 노린 ‘알박기’… 법정에 선 조상님의 묘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0008002)
<3회> 파묘, 그 이후
⬝ [단독] 자식들에게 짐 될까 봐, 가까이 모셔 자주 보려고… 파묘 ‘결단’하다[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6004)
⬝ [단독]“묘 정비할 돈으로 다리 더 놓지”… 정부도 손놓은 한시적 매장제도[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5001)
⬝ [단독] “자손 따라 조상 묘지도 상경… 배산임수는 옛말, 요즘엔 수도권이 명당”[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6003)
⬝ [단독]“흩어진 조상님 무덤 한곳에… 파묘, 달라진 시대의 효 실천 방법”[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5005002)
2023-09-20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