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노동계 거목’ 귄터 슈미트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
“정부의 개입 없이 기업들이 알아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기업의 속성에도 반하고요. 정부는 끊임없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귄터 슈미트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
슈미트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실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많은 국가에서 사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동 형태의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청년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를 사회적으로 보완해 주는 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45~54세 성인 실업률의 4.6배에 이르는데, 이는 미국의 2.5배나 독일의 1.7배에 비해 월등히 높다”면서 “청년은 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취약 계층인 만큼 한국은 잠재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슈미트 교수는 노동시장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지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촘촘한 고용·실업보험 시스템 구축을 들었다. 그는 “안정적인 고용·실업 보험은 경제가 부침을 겪더라도 소비자의 수요를 유지하고,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특정 산업이나 신산업을 정부가 발굴하는 목표지향적 산업 정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명확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노동시장으로 공공재를 들었다. 슈미트 교수는 “교육, 건강, 아동 보육 및 노인 부양과 같은 공공재 관련 일자리는 정부가 나서야 활성화되는 시장”이라며 “고품질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미국·독일 등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여성 고용률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독일 노동시장에서 배울 점으로 노사 관계를 꼽았다. 독일 경제성장의 근간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가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등 양보와 타협이라는 상생의 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베를린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3-08-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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