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獨에 세계 ‘히든챔피언’ 절반 그 성공 비결은 인프라 구축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獨에 세계 ‘히든챔피언’ 절반 그 성공 비결은 인프라 구축

입력 2013-08-12 00:00
수정 2013-08-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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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도시’ 獨 아들러스호프

1990년 10월 3일. 독일이 통일되자 구 동독 지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구 서독 지역으로 인력과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공동화현상마저 나타났다. 동독 과학아카데미의 본거지이자 1900년대 초반 폭격기 생산 기지로 이름을 떨쳤던 베를린 근교의 ‘아들러스호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학자 4000여명이 실직자 신세로 추락하면서 생존 위기를 맞았다. 1991년 통독 정부와 베를린시는 독일형 발전 모델인 ‘중소기업을 위한 산학연 클러스터’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베를린시는 전액을 출자해 아들러스호프 운영사인 ‘비스타 매니지먼트’를 출범시키고, 베를린시 중심에 있던 훔볼트대학교 자연과학대를 아들러스호프로 옮겨 클러스터의 핵으로 삼았다.

22년이 지난 오늘날 독일은 ‘히든 챔피언’(강소형 중소기업)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734개 히든 챔피언 중 1307개가 독일 기업이다. 아들러스호프는 세계 각국의 중소기업 정책과 산학연 정책의 롤모델로 급부상했다. 한국의 대전, 울산 등도 아들러스호프를 장기적 산학연 모델로 삼고 있다. 현재 아들러스호프에는 971개 기업과 16개 연구소가 입주해 있고, 종사자 1만 4942명, 학생 80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아들러스호프의 매출은 2009년 기준 10억 7000만 유로(약 1조 5887억원)에 이르며, 계속 성장세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아들러스호프에서 만난 피어 앰브리 비스타 매니지먼트 부대표는 “베를린시에 거점을 마련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에 최적화된 환경이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들어오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면서 “입주 자체가 중소기업 기술력에 대한 보증수표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건물마다 연관성 있는 중소기업 5~20개가 입주해 있고, 나노·바이오 분야 연구소들을 위한 공동 청정실이 설치돼 있다. 별도로 시제품을 만들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앰브리 부대표는 “20년 넘게 투입된 22억 유로(약 3조 2666억원) 중 대부분이 인프라 구축에 쓰였다”면서 “2020~2050년에 현재의 두 배 규모로 클러스터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아들러스호프가 진화 중임을 강조했다.

초창기 80%에 이르렀던 정부 투자 비중은 현재 10% 미만으로 사실상 독립 단계이다. 하디 루돌프 슈미트 비스타 매니지먼트 대표는 “우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아들러스호프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닝, 노키아, 바스프 등이 연구소를 세워 협력을 모색하고 있고 일본, 브라질 기업도 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3-08-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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