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육아 조언 못 받은 초보 엄마들 오죽하면 아기 변을 찍어…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육아 조언 못 받은 초보 엄마들 오죽하면 아기 변을 찍어…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5-11-06 17:40
수정 2015-11-0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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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길잡이´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인 것 같다. 공부를 할 때나 일을 할 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알맞은 정보를 때에 맞게 전달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조금 줄이고 보다 좋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되었을 때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바로 정보였다. 아기를 품고 낳고 기르는 일은 내 인생 30년 만에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을 혼자 ´알아서´ 해야 했다. 가까운 주변에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랬다. 늘 정보에 메말랐다. 사실 육아 정보야 널리고 널렸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차고 넘쳐서 탈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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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도움 늘 필요한데… 조리원 교육 2주뿐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를 시작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까지 모든 것을 닥쳐야 알 수 있었다. 임신한 사실을 알자마자 임신·출산·육아 관련 백과사전을 한 권 샀지만, 생후 4~5주 태아부터 24개월까지 아이의 일반적인 특성이 한 권에 모여 있다 보니 정작 그때 그때 필요한 정보는 한두 쪽에서 끝이 났다. 막상 아기를 키울 때는 책을 펼칠 시간도 없을 뿐더러 잘 와 닿지가 않았다. 육아가 책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일 뿐더러 내 아이도 책 몇 줄에 설명된 아기들의 특성과는 달랐다.

일을 하다 보니 출산 전 산모교실이라는 곳에 가볼 시간도 없었고, 아이를 낳고서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2주 동안이 거의 유일하게 교육을 받은 시간이었다. 그래봤자 하루 한두 번, 분유나 유아용품 업체 직원들이 홍보를 겸한 기초적인 육아정보를 전해주는 수준이었다. 베이비 마사지, 아기 달래는 법 등 열심히 필기를 해가며 들었다. 그러나 정작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대로 따라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유아용품 업체 직원들의 30분 안팎의 짧은 강의는 조리원에서 쓰기 시작한 로션을 계속 쓰게 되고, 신생아실에서 먹던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되는 방식으로 흡수됐다.

●부모 59%가 육아정보 퍼스널미디어에서 얻어

집으로 돌아오니 조리원에서 주워들은 정보마저 새까맣게 지워졌다. 강아지 한 마리도 안 키워 본 내가 갑자기 핏덩이 같은 작은 사람 한 명을 안게 됐는데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기들은 울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읽었지만, 왜 우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젖을 먹어도 울고 쉬를 해도 울고. 잠도 안 자고 울었다. 작은 거실 소파에 둘이 앉아 하루 종일을 그렇게 울면서 보냈다. 몇 주쯤 지나자 남편이 출근하기 위해 문밖을 나서는 것마저 아쉬웠다. 또 둘만 남겨지는구나, 또 나 혼자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하는구나. 두려웠다.

육아에 대한 ‘무지’(無知)는 갈증과 막막함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원래부터 엄마가 아니었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했지만 나의 한순간 선택이 신생아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됐다. 주변에서는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유난 떨지 말라”고 했지만 쉼 없이 울어대는 아기를 두고 어떻게 조바심이 안 날 수 있는지. 아기가 조금씩 자라면서도 이 개월수에 이 정도 움직임이 맞는 것인지, 이유식을 왜 이렇게 안 먹는 것인지, 이렇게 안 먹어도 영양 상태에 지장이 없는지 끝없이 의문 투성이였다.

그럴 때 바로 물어볼 수 있던 곳이 육아 관련 카페였다. 질문을 올리지 않고도 검색만으로도 대충 필요한 정보를 얻기 충분했다. 신생아 돌보기, 모유 수유 시간 및 패턴, 이유식 잘 먹이는 방법 등을 검색하면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물론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비슷한 궁금증과 고민을 다른 엄마들도 이미 경험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조금이나마 해소된 기분이 들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영유아 부모의 육아정보 이용실태 및 활용지원 방안’ 보고서에도 영유아 부모들이 육아정보를 찾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퍼스널미디어(포털·온라인 커뮤니티·SNS)가 59%로 가장 많았다고 나와 있다. 그 다음으로 지인(20%), 기관(16.4%), 매스미디어(4.6%) 순이다.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아기가 어릴수록 엄마도 외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퍼스널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은 점차 줄고, 지인과 기관을 통한 정보습득이 늘어난다고 한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전문가´라고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전부였는데 병원은 왠지 거리감이 컸다. 의사를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울 뿐더러 내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딱 한마디로 “별거 아니에요”라고 해버리니 괜히 민망하기까지 했다. 동네에 소아과 병원도 많지만, 나와 내 아이와 맞는 병원을 찾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좀 유명하다는 병원은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걸어야 한다. 기본 30분은 밖에서 줄을 서야 하는데 정작 진료시간은 10분도 채 안된다. 영유아검진 예약이 무려 1년치까지 꽉 차 있다는 병원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급하면 선배 엄마 찾고 의사 상담 1년 걸리기도

몇몇 소아과에만 항상 줄 서 있는 대기 인원들을 보면, 아마 많은 엄마들의 사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급할 때 찾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선배 엄마들이다. 심지어 임신부들이 자신의 배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이 주수에 이 정도 배 크기가 맞는 거냐”고 묻기도 하고, 아기 엄마들이 아기의 변 사진을 올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남의 아기 똥까지 엿봐야 할 때마다 짜증스럽기도 하고, 이런 사진들까지 올리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지만, 오죽 마음이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심정은 이해가 간다. “아기가 아픈데 지금 병원을 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라는 질문도 흔한데 역시 그 마음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다. 아기가 아픈 것 같아 병원에 갔다가 “뭐 이런 걸로 병원에 왔느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다양한 정보들이 있다 보니 서로 의견이 안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대로 된 육아 정보가 절실하다는 것을 육아 카페를 눈이 빠져라 쳐다보면서도 느낀다.

●‘자치구 보육반장’ 접근 어려워… 제도 활성화되길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우리동네 보육반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 총 132명의 보육반장이 활동한다. 구별로 4~8명의 보육반장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고민 해결이나 상담도 한다. 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 엄마들이 활동한다. 시행된 지 아직 2년여밖에 안됐고 엄마들이 보육반장에 대한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식의 육아 길잡이들이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 각 자치구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있다. 우리 동네의 경우 1만원의 회비를 내면 장난감을 대여하거나 놀이방에서 놀 수 있고, 문화센터와 같이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항상 주변의 손길이 필요했다. 특히 초보 엄마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비해 너무 아는 것도 없이 육아를 시작했다. 내 공부를 하는 것이라면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를 두고 겪는 시행착오는 겁이 난다. 누구나 육아 길잡이가 되어주고, 또 누구나 길잡이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5-11-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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