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윽박지르고 거짓 인연 만드는 민원인… “심부름센터 직원과 다름없죠”

[커버스토리] 윽박지르고 거짓 인연 만드는 민원인… “심부름센터 직원과 다름없죠”

입력 2016-08-19 17:48
수정 2016-08-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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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달래는 보좌관은 감정노동자

여야 국회의원 대신 각종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보좌진은 ‘심부름센터 직원’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대부분은 민원 내용보다 민원인들의 태도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의원실로 찾아와 다짜고짜 의원을 만나겠다고 해서 ‘안 계신다’고 했더니 ‘의원이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세금 도둑놈’이라고 큰소리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한 지역 주민이 아랫집에서 본드 냄새가 난다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해서 신고했는데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이후 이 주민은 주기적으로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난감해했다.

이렇듯 다자고짜 욕설부터 하는 민원인, 버럭 화를 내는 민원인, 무리한 요구를 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면서 으름장을 놓는 민원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제 고향이 (의원님과 같은) ○○이다”, “의원님과 △△행사에서 만난 적 있다”, “선거 때 지역에서 몇 표를 끌어다 줬다”는 등 개인적 인연을 들먹이는 탓에 함부로 응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 의원 얼굴에 ‘먹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장단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거짓 인연을 내세워도 이를 지적하면 다른 꼬투리를 잡을까 봐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밀려드는 민원 탓에 대다수 여야 의원실은 ‘민원 담당자’를 별도로 지정해 두고 있다. 한 민원 담당 보좌관은 “하루 일과의 절반 이상을 민원 전화를 받고 이를 해결하는 데 쓴다”면서 “정작 주어진 업무는 일과 시간이 끝난 뒤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여당 중진 의원 보좌관은 “민원을 무리하게 처리하려다 보면 큰일난다. 특히 공공기관은 내부게시판에 청탁 내용을 올리기도 한다”면서 “민원은 선거 직후 특히 많고 선거가 닥칠 때는 안 해 주면 두고 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업무 부담이 매우 크다. 되든 안 되든 성의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한다”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의원을 찾는 민원도 적지 않아 ‘해결’보다는 ‘위로’를 잘 해드리는 게 효과적인 상황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6-08-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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