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차이나 리포트] (2부)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⑨ 한류를 향한 두가지 시선

[新 차이나 리포트] (2부)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⑨ 한류를 향한 두가지 시선

입력 2010-09-07 00:00
수정 2010-09-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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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부처럼 살기 유행” vs “겪어보니 거만해서 실망”

중국 대륙에서의 한류열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류스타들이 나서는 무대에는 변함없이 뜨거운 시선이 쏠린다. 최근 중국 상하이 엑스포 공원에서 한류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한국 주간 특별공연’이 마련되자 입장권을 받기 위해 전날부터 중국 전역에서 몰려온 2000여명의 팬들이 한뎃잠을 잤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네티즌의 94.5%가 ‘한국을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류’ 혹은 ‘혐한류’라는 이분법적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다양한 시각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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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국에서 오셨어요?“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의 후난대 3학년생 류징(劉靜·22)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한 뒤 인터뷰를 요청하자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처음 접했다.”면서 “(배우들을 보면) 다들 너무 잘생기고 예뻐서 한동안 방에다 사진도 붙여 뒀었다.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고 즐거워했다.

●문화상품 통해 한국 호감도 높아져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만난 대학생 원신(溫馨·20)의 첫인사는 ‘니하오(你好)’가 아닌 ‘안녕하세요’였다. ‘이효리 언니’를 좋아하며 드라마와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한국인들에에 호기심을 가지면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역시 한국 제품을 쓰고 있는 그는 “한국인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예전에는 단순한 호기심 정도만 갖고 있었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원은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택시 기사도 “한국인이냐.”고 물은 뒤 “한국 사람들은 인사성도 바른 것 같고, 서울은 깨끗한 것 같더라.”고 웃어 보였다.

 낯선 한국기자의 질문에 마지못해 대답하던 창사의 공무원 중(鐘·33)은 인터뷰가 끝날 즈음 갑자기 드라마 얘기를 꺼냈다. 인터뷰 내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던 그는 드라마 얘기를 하는 동안에는 환한 표정으로 “정말 재미있다. 우리 가족 모두 즐겨 본다.”며 한껏 호감을 드러냈다.

 톈진에 사는 스청훙(史成紅·23)은 “한국인들은 세련되고, 음식도 맛있다. 한국에 너무 가보고 싶다.”며 한국 여행에 필요한 비용을 물어볼 정도로 한국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고, 좋은 인상을 받은 사람들은 중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 반면 한국 드라마와 한국에 대한 느낌을 혼동하는 사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 이상의 감정이 없다는 이들도 많았다. 직장인 싱위샤(邢玉俠·31)는 한국에 대한 생각을 묻자 “드라마에서 스타들을 접한 것 외에 실제로 한국인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잘 만드는 나라’,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 정도의 단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도시 사람들 “드라마는 포장된 이미지”

 한국인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직접 겪었던 좋지 않은 경험담도 털어놓았다. 한국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묻자 잠시 주저하다가 “사실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한 펑위메이(彭玉梅·25)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로부터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듯한 거만함을 자주 느낀다.”고 전했다.

 흔히 ‘한류’로 일컬어지는 한국에 대한 동경 혹은 호감은 드라마 속의 ‘포장된 한국 사회’를 벗어나는 순간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특히 인터넷 여론에 민감한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수개월도 더 된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경기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물론 “한국과 중국이 다를 게 뭐가 있냐. 한국 같은 데는 별로 가보고 싶지 않다.”며 노골적인 발언을 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SBS가 비공개였던 개막식 리허설 영상을 보도한 이후 혐한류는 인터넷상에서 벗어나 일상 생활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심각했다고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은 입을 모았다. 조정현 웅진코웨이 중국 법인장은 “그 당시는 정말이지 (한국에 대한 악감정이) 심했다.”면서 “한국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방식의 마케팅을 바꿔야 하나, 그런 고민까지 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받은 긍정적인 느낌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한국어 공부 혹은 한국 방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 열풍이 뒤늦게 시작된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의 경우 ‘한국 주부처럼 살기’가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구매하지는 않지만, 옷과 화장품의 경우 세련되고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은 중국인들 사이에 분명히 있었다.

 베이징·톈진·항저우·창사·샤먼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9-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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