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e스포츠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하기로 함에 따라 e스포츠 최강국인 한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9 리그 오브 레젠드(LOL) 월드챔피언 대회’모습. 라이엇게임즈 제공
푸화(傅華) 중국 공산당중앙 선전부 부부장(차관)이 수도 베이징을 e스포츠의 허브(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e스포츠 베이징 2020’ 이니셔티브를 공식 발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베이징시는 앞서 지난해 말 “오는 2025년까지 베이징의 게임 산업 규모를 1500억 위안(약 25조 7500억원)으로 만들겠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 산업단지 조성, 게임연구센터 건설, e스포츠팀 육성 등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푸 부부장은 이날 “중국이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사람들이 문화적 생산품을 소비하는 방식에 있어 패러다임적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e스포츠는 보다 많은 핵심적 신기술이 사용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스포츠는 중국 문화의 글로벌화를 위한 대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新型基礎設施建設·New Infrastructure Construction)건설 프로젝트는 2018년 말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시된 용어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한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5년까지 10조 위안(약 1716조원)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는 ▲5세대 이동통신(5G) ▲데이터센터(IDC) ▲인공지능(AI) ▲궤도열차 ▲특고압설비 ▲전기차 ▲충전시설 ▲산업인터넷 등 첨단산업 육성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을 이용해 e스포츠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웨드부시 시큐리티(Wedbush Securities)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e스포츠 시장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상반기 e스포츠 매출액과 성장률 추이(단위: 억위안, %) <자료= 중국 게임산업연구원>
SCMP에 따르면 중국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21년에 1651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상반기(1~6월) 온라인게임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3% 증가한 1394억 93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중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8% 늘어난 1046억 7000만 달러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충격이 컸지만 이동제한과 봉쇄 등 조치로 온라인게임은 오히려 수요가 증대하고 이용자가 확대하면서 매출이 급증세를 보였다고 SCMP가 분석했다. 상반기 중국 온라인게임 이용자도 2% 가까이 늘어나며 6억 6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은 이미 e스포츠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다 코로나19 팬데믹 수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e스포츠산업 성장세는 눈부실 정도다. 중국 게임산업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0 상반기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상반기 e스포츠게임 판매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7%나 늘어난 719억 3600만 위안이다. 지난해 e스포츠게임 전체 수익과 2018년 전체 수익이 각각 969억 6000만 위안, 834억 4000만 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e스포츠 이용자도 지난해보다 9.9% 늘어난 4억 8396만명에 이른다. 3명 중 1명 꼴로 e스포츠를 즐긴다는 얘기다.
중국의 e스포츠산업 호황은 지난 3월 개막한 리그 오브 레전드 중국 프로리그(LPL) 봄시즌의 열기가 이를 방증한다. 당시 LPL 개막 생중계에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접속자가 1억 4000만명이고 봄시즌의 누적 웨이보 접속자는 23억 7000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e스포츠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중국 e스포츠가 급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 당국은 2016년부터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당시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직접 모바일 e스포츠대회를 개최했을 뿐 아니라 e스포츠산업연맹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중국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대기업들은 e스포츠 투자에 적극적이다. 중국 정보기술(IT) 공룡인 알리바바와 텅쉰(騰訊·Tencent)이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2015년 자회사 알리스포츠를 설립해 e스포츠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e스포츠가 채택된 데도 알리바바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알리바바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뒤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종목채택을 위해 힘썼고 e스포츠 국가 간 대항전인 ‘월드 e스포츠 게임스’(WESG)를 출범시키는 등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텅쉰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15년 ‘리그 오브 레젠드’를 개발한 미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고 중국 LPL를 롤의 최고 리그로 만들기 위해 자본을 퍼부었다. 2017년 발표한 ‘e스포츠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텅쉰은 1000억 위안을 투자해 리그 및 토너먼트 유치를 위한 경기장 건설, 예비 선수 육성에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기업들의 지원에 힘입어 e스포츠관련 직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프로선수를 비롯해 구단·에이전시·e스포츠게임 개발 등이 유망 업종으로 떠올랐다. 중국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에 따르면 e스포츠팀 5000여개, 프로게이머 선수는 10만여명에 이른다. 게임 파트너 등 관련 인력까지 합하면 e스포츠 종사자는 50만명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에만 1600개가 늘어나는 등 e스포츠 관련기업은 1만개가 훨씬 넘고 이 중 90%는 설립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다.
중국의 e스포츠 인재양성 교육도 확대했다. 중국 교육부가 2016년 ‘e스포츠 운동 및 관리’ 전공을 신설한 이후 e스포츠 관련 학과들이 앞다퉈 생겨났다. 명문 베이징대학은 e스포츠 과목을 개설했고 중국 촨메이(傳媒)대학이 e스포츠 디자인학과를, 상하이희극학원이 e스포츠 해설학과를 각각 설치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38개 대학·전문학교에서 e스포츠 관련학과를 개설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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