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스코프>자본 유출 공포에 떠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스코프>자본 유출 공포에 떠는 중국

김규환 기자
입력 2016-11-30 21:30
수정 2016-11-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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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 유출을 막아라.” 중국 위안화 가치의 약세와 외환보유고 급감이라는 2대 악재가 겹치면서 해외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뭉칫돈을 되돌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환보유고 급감이라는 악재를 만나 중국에 자본 유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위안화를 정리하는 관계자. 서울신문DB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환보유고 급감이라는 악재를 만나 중국에 자본 유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위안화를 정리하는 관계자. 서울신문DB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모두 5 1000억 위안(약 7400억 달러·863조 5320억원)에 이른다. 반면 중국에 흘러들어온 자금은 3조 1000억 위안에 그쳤다. 무려 2조 위안이나 순유출된 셈이다. 중국의 이 같은 자본 유출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위안화 약세를 보이는 데다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5.8% 하락하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이고 있다. 외환보유고도 지난 1월 3조 2308억 달러(3783조원)에서 10월 3조 1206억 달러로 1000억 달러 이상이나 쪼그라들었다.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2014년 6월 3조 9932억 달러까지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외환보유고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가치 절하를 방어하는데 활용돼 가파르게 줄어든 것이다. 왕쥔(王軍)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가치 상승과 위안화 절하 움직임이 분명해졌다”며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화 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내 자금이 달러화로 환전하지 않고, 직접 위안화로 빼내나가는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 홍콩 금융당국 등의 통계를 종합 분석해볼 때 중국인들이 달러화 등 외화로 바꾸지 않고 위안화를 직접 외국으로 내보내고 있으며,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을 우려해 곧바로 이를 외환으로 환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 공식 통계로 지난 8월 한달동안 위안화로 대금이 결제된 규모는 277억 달러로 2014년까지 5년 동안의 월평균 액수 44억 달러의 6배나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시장의 수급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규모의 이동이라면서 중국 자본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MK 탕 골드만삭스 홍콩의 중국 경제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자금유출 속도가 겉보기보다 훨씬 더 급격하다”고 우려했다. 단순한 대금결제라기보다는 대금결제를 가장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이는 인수·합병(M&A)과 부동산 투자는 물론 해외 결제까지 일일이 규제에 나서는 등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전까지는 자본 유출 규제를 개인의 외국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국한했지만, 이제는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우선 내년 9월까지 중국 기업이 1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M&A를 벌이거나 핵심사업과 무관한 외국 기업 또는 해외 부동산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10% 이하의 외국 상장사 지분 매수와 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자국 기업의 상장 폐지도 심사할 예정이며, 500만 달러 이상의 해외결제에 대해서도 당국에 특별 보고해 승인을 받도록 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고강도 조치는 자본유출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민은행 상하이(上海)지사의 경우 (자본유출액과 유입액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털어놨다고 NYT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와 함께 자국 기업이 무분별하게 해외 불량 자산에 투자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올해 10월까지 1460억 달러에 이른다. 역대 최고액인 지난해 121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로디엄 그룹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국의 유럽 투자는 유럽이 중국에 한 투자의 3배 수준에 이르고,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기업들의 중국 기업 인수를 넘어섰다. 달러화 가치가 위안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적정한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계약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샹쑹쭤(向松祚) 중국농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단지 외환보유고에 대한 우려뿐만이 아니다”라며 “과거 일부 국유기업의 해외 투자는 큰 손실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각종 규제책을 발동하면서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이는 중국 정부가 합법적인 인수합병 활동을 막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이들은 그저 좀 더 통제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 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조치는 중국 정부가 경제적 자유와 변동성보다는 안정과 통제를 선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자본이동 자유화에 반하는 조치는 (자본이동 자유화) 개혁에 대한 중국의 지그재그식 움직임을 보여준다”고도 설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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