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글로벌 포식자’ 중국 안방보험의 수수께끼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글로벌 포식자’ 중국 안방보험의 수수께끼

김규환 기자
입력 2016-09-06 15:33
수정 2016-09-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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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방보험 우샤오후이 회장. 서울신문 DB
중국 안방보험 우샤오후이 회장. 서울신문 DB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무명소졸’ 중국 안방(安邦)보험은 2014년 19억 5000만 달러(약 2조 1570억원)을 들여 미국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집어삼키며 일약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 3월에는 65억 달러를 들여 미국 16개 고급 호텔을 소유한 스트래티직호텔 &리조트를 손에 넣었다. 한국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비롯해 미 피델리티 앤드 개런티라이프(FGL), 벨기에 델타로이드은행, 네덜란드 보험사 비밧 등 세계 각국의 보험·금융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한편 미 뉴욕 맨해튼과 캐나다 토론토·밴쿠버 등지의 상업 부동산도 무차별 사들였다. 최근에는 웨스틴, 쉐라톤 등 유명 호텔 브랜드를 거느린 스타우드호텔앤드리조트 인수전에 뛰어들어 140억 달러 전액 현금 인수를 공언했다가 돌연 발을 빼 논란을 빚는 등 안방보험은 그칠줄 모르는 ‘탐욕’을 부리며 ‘글로벌 포식자’로 등장했다.

 설립 10여년 만에 자산(2950억 달러) 기준 중국 내 3위 보험사로 급성장한 안방보험이 해외 기업 M&A에 3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서방에서는 베일에 가린 지배구조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은 누가 안방보험의 실제 주인인지 밝혀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금융당국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안방보험의 지난해 11월 FGL 인수건을 승인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 월가의 한 메이저급 투자은행(IB)은 안방보험 자회사 안방생명보험의 해외상장 주관사 입찰 신청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 안방보험의 지배구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상장 주관 업무를 맡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는 까닭이다.

 미국 금융당국 등이 안방보험의 지배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대략 3가지다. 우선 2004년 회사 설립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앙군사위 주석의 외손녀 사위 우샤오후이(吳小暉·49) 회장을 비롯해 중국의 혁명 원로 천이(陳毅)의 막내아들 천샤오루(陳小魯), 전 총리 주룽지(朱鎔基)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 등 막강한 정계인맥을 지닌 이들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또 2014년 들어 불과 6개월 만에 안방보험의 주요 주주(개인+법인)가 8명에서 39명으로 급증했다. 당시 새로 주주로 등록된 31개 법인 대다수가 ‘투자회사’라는 간판을 내건 정체불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다.

NYT 기자가 주소가 베이징의 한 낡은 업무용 빌딩의 27층으로 등재된 회사를 찾아가 본 결과 사무실을 텅비어 있었다. 다른 2개 회사의 주소는 베이징의 한 우체국 사서함으로 돼 있었다. 유일하게 확인 가능한 기업은 모두 합쳐 지분 2%도 보유하지 않은 두 개의 국유기업이 전부라고 NYT가 전했다. 그런데도 이들 31개 주주는 안방보험의 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75억 달러를 안방보험에 쏟아부었다. 이 덕분에 안방보험의 자본금 규모는 단숨에 4배로 불어났다. 2014년 지배구조 변경 과정에서는 안방보험의 창립멤버인 우 회장과 그의 아내 덩줘란(鄧卓苒), 주윈라이, 천샤오루 등은 주주명단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NYT는 이어 안방보험이 미 금융당국에 제출한 각종 서류와 우 회장의 고향 저장(浙江)성 핑양(平陽)현에 있는 우 회장의 친인척 및 주변 지인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31개 페이퍼컴퍼니의 주요 주주는 우 회장의 여동생 우샤오샤(吳曉霞)를 포함한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보유한 안방보험의 지분 가치는 17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안방보험의 또 다른 주요 주주는 우 회장의 오랜 사업 파트너 중 한 명인 황마오성(黃茂生)이란 인물로 드러났다. 그는 친인척 4명과 더불어 안방보험의 지분 120억 달러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핑양현 주민 메이샤오징(梅小京)은 친척 두 명과 함께 이름을 주주 명부에 올라 있는데, 그녀와 친척 2명이 보유한 지분은 무려 19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 회장이 왜 자신은 주요 주주에서 물러나면서 친인척 및 지인 100여명이 주주로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주주로 내세웠는지, 그리고 이들이 안방보험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에서 ‘바지사장’(白手套)를 내세워 기업을 소유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기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으면 부정축재 의혹을 받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해외 M&A에 나서는 것은 회사 배후에 있는 중국 권력층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서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2012년 최고 지도자에 오른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반부패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자 불안을 느낀 권력층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안방보험의 주주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M&A를 통해 자금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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