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끝>독서장애인을 위한 나눔과 소통 ‘점자 도서’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끝>독서장애인을 위한 나눔과 소통 ‘점자 도서’

이종원 기자
입력 2015-03-01 23:46
수정 2015-03-0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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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읽을 수 있어요 꿈꿀 수 있어요

출판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일상과 지식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주고받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 이처럼 ‘지식공유사회’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정보와 지식의 전달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독서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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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시각장애인안내견과 한국점자도서관을 찾은 유석종씨가 직원과 함께 서고에서 점자도서를 고르고 있다.
삼성화재시각장애인안내견과 한국점자도서관을 찾은 유석종씨가 직원과 함께 서고에서 점자도서를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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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점자규정에서 다루는 점자부호에는 온표, 수표, 로마자표, 로마자 대문자 기호가 있다.
한글점자규정에서 다루는 점자부호에는 온표, 수표, 로마자표, 로마자 대문자 기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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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활자를 크게 보여 주는 확대장비를 통해 책을 읽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활자를 크게 보여 주는 확대장비를 통해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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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점자도서관에서 출판부 직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출판부 직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한국점자도서관 ‘촉각 동화’… 손끝에서 전하는 생생한 동심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국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도서를 전문적으로 제작, 출판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출판되는 책 중에 특히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책은 촉각 동화책이다. 한국점자도서관 육근해 관장은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사물의 느낌을 손끝에 전하기 위해 최대한 이야기에 맞는 사물을 책 속에 붙여 넣는다”며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똑같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도 걸린다. 손끝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한 권 한 권에 온갖 정성을 쏟아붓고 있었다.

●국립서울맹학교 ‘북 소리버스’… 버스 안에서 독서 삼매경

지난달 25일, 종로구 청운동 국립서울맹학교의 운동장에 도서관이 들어섰다. ‘북(book)소리버스’가 그것이다. 한국점자도서관의 이동도서관 프로그램이다. 시각장애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한 조그마한 배려인 셈이다. 어린이들은 교사들과 함께 점자도서, 촉각도서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직접 만져 보며 느끼고 있었다. “아까 만져 본 코끼리 코 좀 한번 보자.” “길어요.” “다리는 몇 개?” “네 개요.” 보이는 건 캄캄한 어둠뿐인 아이들에게 버스 안에서 읽는 책은 빛나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육 관장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이 ‘소외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손끝으로 느끼는 세상이 아름다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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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맹학교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시각장애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해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북(book)소리버스’ 안에서 함께 촉각도서를 읽고 있다.
국립서울맹학교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시각장애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해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북(book)소리버스’ 안에서 함께 촉각도서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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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점자도서관에서 직원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한 점자도서와 촉각도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직원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한 점자도서와 촉각도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점자도서관 직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배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점자도서관 직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배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독서토론회’에 참가한 독서장애인들이강사와 함께 시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독서토론회’에 참가한 독서장애인들이강사와 함께 시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국립장애인도서관 소리책·점자도서 제작 시설 완비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아주 소중한 휴식 공간이다. 도서관은 시각장애인서비스 확산을 위한 여러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소리책을 만드는 시설과 필요한 책을 점자로 번역하는 장비들이다. 녹음 도서를 통해 역사공부를 시작한 시각장애인 임희석씨는 “책을 읽으면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면낭독실은 도서관의 자랑거리다. 시각장애인 송상익씨가 삼국지를 요청하자 자원봉사자가 대면 낭독실로 함께 가 읽어 준다. 낭독하는 목소리가 여느 성우 못지않다. 도서관에선 최근 시각장애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장세란씨는 “애플리케이션이 감정까지 살려서 책을 읽어 주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임원선 관장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장애인들이 좀 더 편리하게 지식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서비스 개발 및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의 화두로 ‘문화가 있는 삶’을 강조했다. 시각 및 독서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차별 없이 지식과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동등한 정보 이용을 통한 사회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장애인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세상’이 앞당겨질 것이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사진 르포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은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2010년 8월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1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회부터는 우리 사회 한편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의 모습을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담은 ‘포토다큐’와 맛깔스러운 사진으로 담백한 감동을 선사할 ‘포토에세이’가 격주로 연재됩니다. 현장 365일, 36.5도의 따끈따끈하고 박동이 있는 사진에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2015-03-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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