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의 울림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농사를 지으면서 공동생활을 펼쳐 왔다. 함께 일하고 고난을 겪으면서 ‘정’과 ‘기쁨’을 나누며 살아왔다. 이런 공동의 생활이 춤과 노래의 행렬로 나타난 것이 ‘농악’이다. 농촌공동체는 농악과 함께하는 삶이었고 농악은 다목적 기능을 가진 종합 예능이었다. 이러한 우리 전통 음악인 농악이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농악대원들이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농악은 예로부터 풍농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행하는 민속놀이에서 유래한다.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농악대원들이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농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관에서 외국인 연예인들이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 채널의 특집 프로그램 녹화를 하고 있다.
필봉농악대원들이 당산굿을 펼치며 ‘무동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농악대원의 상모돌리기 시범을 보이자 어린이들이 환호 하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대원이 상모돌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관에서 농악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 상모돌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농악은 소리 외에도 버나돌리기, 죽방울놀이, 상모돌리기, 잡색놀이 등 다양한 연희로 구성돼 있다. 상쇠의 상모돌리기 시범이 펼쳐졌다. 신명 나게 상모의 물체가 돌아가고 초리 끝에 장식된 모란꽃 모양의 백로(白鷺)털로 만든 부포를 휘둘러 친다. 이때 출연진은 물론 구경꾼들도 합세해 “좋다, 좋지. 아먼 그렇지. 얼씨구” 하면서 신나게 추임새를 붙이는 춤판이 벌어졌다. 재담과 잡색(雜色)놀음이 이어지며 우리 민중의 훌륭한 종합예술인 농악 교육은 계속됐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행해진 농악은 지역마다 다양한 모습들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역별로 크게 6대 농악으로 나뉜다. 웃다리농악이라 불리는 ‘평택농악’은 빠르고 힘 있는 가락에 ‘무동놀이’와 같은 기예가 눈에 띈다. 험준한 산맥을 기반으로 한 농사 과정을 보여 주는 농사풀이는 ‘강릉농악’만의 특징이다. ‘진주 삼천포농악’은 다채로운 가락에 군악적인 요소가 많다. ‘이리농악’은 장구 가락을 중심으로 풍류가 넘쳐난다. 사람 및 동물에 대한 성주풀이는 ‘구례잔수농악’만의 특징으로 민속신앙이 깃들어 있다. 꽹과리 가락의 힘 넘치는 임실필봉농악은 마을 농악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대원들이 잡색놀이 연희를 선보이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회관에서 농악을 배우러 온 어린이들이 장구연주를 배우고 있다.
농악의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는 우리나라가 민족문화가 살아있는 문화선진국임을 각인시켜 준다. 그 밑바탕에는 예로부터 생활 속에서 민족적 자긍심으로 음악을 안고 살아온 선조들의 삶이 깔려 있다.
풍성한 결실과 마을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행해진 우리의 농악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을 것이다. 흥겨운 가락으로 신명을 돋우고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려 했던 ‘염원’으로 만들어 낸 ‘삶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글 사진 임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4-11-1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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