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앞둔 ‘농악’…임실 필봉 전수관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앞둔 ‘농악’…임실 필봉 전수관 가다

입력 2014-11-17 00:00
수정 201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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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의 울림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농사를 지으면서 공동생활을 펼쳐 왔다. 함께 일하고 고난을 겪으면서 ‘정’과 ‘기쁨’을 나누며 살아왔다. 이런 공동의 생활이 춤과 노래의 행렬로 나타난 것이 ‘농악’이다. 농촌공동체는 농악과 함께하는 삶이었고 농악은 다목적 기능을 가진 종합 예능이었다. 이러한 우리 전통 음악인 농악이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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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농악대원들이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농악은 예로부터 풍농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행하는 민속놀이에서 유래한다.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농악대원들이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농악은 예로부터 풍농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행하는 민속놀이에서 유래한다.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농악대원들이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농악대원들이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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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관에서 외국인 연예인들이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 채널의 특집 프로그램 녹화를 하고 있다.
농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관에서 외국인 연예인들이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 채널의 특집 프로그램 녹화를 하고 있다.
필봉농악대원들이 당산굿을 펼치며 ‘무동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필봉농악대원들이 당산굿을 펼치며 ‘무동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관. ‘꽤갱깽깽~꽤갱깽깽~.’ 농악대의 지휘자 격인 상쇠(上釗) 양진성(중요무형문화재·임실필봉농악보유자)씨가 신들린 듯 쳐대는 꽹과리 소리가 전수관의 새벽 하늘을 가른다. 농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채널의 특집 프로그램 녹화가 한창이다. 연예인과 외국인들로 구성된 출연진은 상쇠가 지정해 준 악기로 꽹과리재비, 징재비, 장구재비, 북재비, 소고재비가 돼 며칠째 밤을 새워 가며 다양한 가락을 연습했다. 꽹과리는 가장 높은 음으로 ‘천둥번개’를 상징한다. 징은 전체 음의 중심으로 모든 소리를 감싸 주는 ‘바람’을 뜻한다. 고음과 중음이 함께 있는 장구는 ‘비’의 소리를, 중저음의 북소리는 ‘땅과 구름’을 표현한다. 소고는 연주와 함께 춤을 추며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자연을 뜻하는 악기 소리가 모여 비로소 하나의 가락으로 완성된다. 오늘은 종합적으로 합주를 해 보는 시간이다.
농악대원의 상모돌리기 시범을 보이자 어린이들이 환호 하고 있다.
농악대원의 상모돌리기 시범을 보이자 어린이들이 환호 하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대원이 상모돌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대원이 상모돌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관에서 농악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 상모돌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관에서 농악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 상모돌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양진성 상쇠는 “농악은 공동체 음악이므로 함께 어우러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출연진에게 설명했다. 개개인의 가락은 익숙해졌지만 막상 합주에 들어가자 맘먹은 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불협화음’(不協和音)이다. “서로 튀려고 하니까 안 되잖아.” 상쇠의 질타에 출연진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농악은 소리 외에도 버나돌리기, 죽방울놀이, 상모돌리기, 잡색놀이 등 다양한 연희로 구성돼 있다. 상쇠의 상모돌리기 시범이 펼쳐졌다. 신명 나게 상모의 물체가 돌아가고 초리 끝에 장식된 모란꽃 모양의 백로(白鷺)털로 만든 부포를 휘둘러 친다. 이때 출연진은 물론 구경꾼들도 합세해 “좋다, 좋지. 아먼 그렇지. 얼씨구” 하면서 신나게 추임새를 붙이는 춤판이 벌어졌다. 재담과 잡색(雜色)놀음이 이어지며 우리 민중의 훌륭한 종합예술인 농악 교육은 계속됐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행해진 농악은 지역마다 다양한 모습들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역별로 크게 6대 농악으로 나뉜다. 웃다리농악이라 불리는 ‘평택농악’은 빠르고 힘 있는 가락에 ‘무동놀이’와 같은 기예가 눈에 띈다. 험준한 산맥을 기반으로 한 농사 과정을 보여 주는 농사풀이는 ‘강릉농악’만의 특징이다. ‘진주 삼천포농악’은 다채로운 가락에 군악적인 요소가 많다. ‘이리농악’은 장구 가락을 중심으로 풍류가 넘쳐난다. 사람 및 동물에 대한 성주풀이는 ‘구례잔수농악’만의 특징으로 민속신앙이 깃들어 있다. 꽹과리 가락의 힘 넘치는 임실필봉농악은 마을 농악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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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 필봉농악대원들이 잡색놀이 연희를 선보이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대원들이 잡색놀이 연희를 선보이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회관에서 농악을 배우러 온 어린이들이 장구연주를 배우고 있다.
전북 임실 필봉농악전수회관에서 농악을 배우러 온 어린이들이 장구연주를 배우고 있다.
현재 농악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심사보조기구에서 만장일치로 ‘등재권고’ 의견을 받은 상태다. 한국문화재재단은 농악의 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그동안 국제회의 개최 및 각종 책자 발간 등을 하며 문화유산 비정부기구(NGO)로서 노력해 왔다. 조진영 재단 기획조정실장은 “농악의 공동체적 특성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함께 연주하면서 유대감과 일치감을 주었던 농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화된 공동체 의식을 다시 고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악의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는 우리나라가 민족문화가 살아있는 문화선진국임을 각인시켜 준다. 그 밑바탕에는 예로부터 생활 속에서 민족적 자긍심으로 음악을 안고 살아온 선조들의 삶이 깔려 있다.

풍성한 결실과 마을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행해진 우리의 농악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을 것이다. 흥겨운 가락으로 신명을 돋우고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려 했던 ‘염원’으로 만들어 낸 ‘삶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글 사진 임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4-11-1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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