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게 사격부터 산악훈련까지… 24시간이 모자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던 여경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신문에 실린 여경들의 사진 한 장은 당시 ‘함께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와 맞물려 힘들고 아파하던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였다. 여경들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민중의 지팡이’로서 여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중앙경찰학교 일반 순경 과정 281기로 입교한 여경 교육생들이 경찰관직무집행법 과정의 하나인 테이저건 실습을 하고 있다. 테이저건은 순간적인 고압의 전기 충격으로 범인을 제압할 수 있어 총기를 대체하고 보완할 수 있는 경찰관 개인장비로 급부상하고 있다.
테이저건을 이용해 범인 검거 훈련을 하고 있다.
테이저건을 이용한 범인 검거 훈련을 하고 있다.
●피 말리는 경쟁률 뚫어도 진짜 경찰 되기 ‘산 넘어 산’
지난 17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자리한 중앙경찰학교.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경찰악대의 연주에 맞춰 활기찬 하루를 여는 새내기들의 발걸음이 힘차다. 청춘의 열정과 패기로 가득한 일반 순경 과정 281기 여경 705명의 학과 출장 시간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9년 만에 피 말리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교육생들의 하루 일과는 매우 촘촘하다. 아침 6시 기상부터 밤 10시 점호가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게도 염원하던 제복을 입었지만 순경 계급장의 진짜 경찰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수업인 테이저건(권총형 전자충격기) 사용법부터 사이버 범죄, 과학수사, 교통수신호 교육, 사격, 순찰차 운전교육, 15㎞ 산악 훈련 및 지구대 실습 등 힘들고 빠듯한 과정을 이겨 내야 한다. 하루 7시간의 수업이 끝난 후에는 부족한 체력을 기르기 위한 동아리 활동, 시험에 대비한 공부까지 해야 한다.
순찰차 운전교육을 받고 있다.
38구경 권총 사격은 여경들에게 운전과 더불어 가장 변별력이 크면서 심적 압박을 받게 하는 과목이다.
교통안전 수신호 교육은 경찰관이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진행 방법과 정지 등을 명하는 교육이다.
과학수사 실습실에서 지문감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응급구조 훈련은 재난 및 사고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하는 교육이다.
응급 인명구조 훈련은 재난 및 사고발생 시 인명을 구조하는 교육이다.
15㎞ 산악 훈련 및 지구대 실습 등 힘들고 빠듯한 과정을 이겨 내야 한다.
무도 수련 시간 중 합기도 연습을 하고 있다.
무도 수련 시간 중 태권도 연습을 하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여자이기 이전에 당당한 경찰이 되고 싶은 교육생들. 아직은 모든 것이 어설프지만 자부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홍정민 교육생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고된 훈련이지만 견딜 만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긴 수험 기간을 거쳐 들어온 교육생들은 노력한 시간만큼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사전오기(四顚五起)로 합격한 금한나씨는 “남들이 쉴 때도 홀로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어요.” 그에게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소중하기만 하다. 사이버 특채 반에 들어온 장연주씨는 학급 동기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왕언니’다. 여덟 살 된 아들의 엄마인 장씨는 “보고 싶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힘든 훈련을 견뎌 내려고 이를 악문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학교에서 실무교육 이외에 경찰관으로서 가져야 할 정신자세와 예절, 청렴의식 등의 교육을 받는다. 최종헌 중앙경찰학교장은 “경찰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 우선적인 교육 목표”라며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찰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46년 80명으로 창설된 여경은 올해 68주년을 맞아 사람으로 치면 칠순에 가까운 나이다. 그동안 질적·양적인 발전을 거듭해 아동·청소년과 노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범죄에서 여경들의 역할은 두드러졌다. ‘경찰 조직의 꽃에서 핵심’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인정 많은 경찰’이 되고 싶다는 교육생들. 힘든 훈련 속에서도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그들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초심을 잃지 않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사진 충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4-10-2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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