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
정기조 지음 / 부크크 펴냄
정기조 지음 / 부크크 펴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은퇴하면 슬슬 여행이나 다니지’라 말하지만 막상 닥치면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교통, 숙박, 관람 포인트 등 여행 정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해당 여행지의 ‘스토리’를 아는 게 전혀 없는 것이 큰 이유다. 스토리가 왜 중요할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알멋 정기조’의 『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는 ‘스토리 빵빵’해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국내 여행지 15곳을 엄선해 소개한다. 저자의 별호(別號)가 ‘알멋’으로 상당히 특이한데 여행작가답게 ‘알고 보면 멋진 곳’ 줄임말 같다. 그가 소개하는 여행지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곳들이지만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둘레길 데크, 벽화마을, 출렁다리, 잔도 등 ‘유행 상품’들과 거리가 멀고, 직접 발품을 팔아 정리한 탓에 읽다 보면 왜 그곳에 가야 할지 여행 욕구와 목적이 분명해진다. ‘킬러 콘텐츠’니까!
서울 강남과 붙어있는 남한산성은 강화도, 북한산성과 함께 조선시대 유사시 수도 한양을 대체하는 ‘산속의 임시수도’였다. 그만큼 규모가 웅장하나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슬리퍼와 등산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서울 송파, 하남, 성남, 광주 등 접근로도 팔색조다.
진안 마이산이 만 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의 주인공인 이유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은수사 백일기도발’ 설화 때문이다. 마이산 봉우리의 특이한 생김새 못지않게 여행객들이 1차로 찾는 곳은 탑사다. 접착제나 시멘트를 쓴 것도, 홈을 파 돌을 꿰맞춘 것도 아닌 돌탑 80여개가 묵직하게 세월을 버티는데 한겨울 고드름이 하늘을 향해 거꾸로 설 만큼 기(氣)가 세다. 『조용헌의 영지순례』에 따르면 ‘영(靈)발’ 세기로는 계룡산 등운암을 따를 곳이 없다지만 말만 파다할 뿐 나라를 세웠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참고로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위해 1년에 약 35조원을 쓸 때 외국인이 국내 여행으로 쓴 돈은 약 18조원이다. 매년 약 17조원 적자를 보는데 이 금액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의 3/4에 달한다. 『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로 여행도 하고, 애국도 하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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