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손무 지음
전투적 기업가 엘리슨은 『손자병법』으로부터 “화(火)를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 공언했고, 베니오프는 “나는『손자병법』의 기본 개념을 삶의 여러 방면에 적용해왔다. 훨씬 큰 회사들이 지배하는 업계에 진입하여 이들을 무력화하는 전략을 이 책의 핵심 사상에서 배웠다”고 밝혔다. 저자 마틴코언은 “『손자병법』은 병법 이전에 인간의 가치관을 다룬다”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동양고전을 들라면 유명세나 여기저기 인용의 빈도로만 봐도 나관중 『삼국지』, 사마천 『사기』, 손무 『손자병법』등을 먼저 들 수밖에 없다. 행세 좀 한다는 식자들에게 물으면 하나같이 저 책들을 다 읽은 것처럼 말하지만 전수조사해 보면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이 읽은 사람보다 많다는 것에 이 서평을 건다. 너무 많이 주워들은 탓에 스스로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지피지기 백전불패(知彼知己 白戰不敗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지지 않는다)’라거나 ‘36계 줄행랑이 손자의 마지막 병법’이라는 사람은 『손자병법』을 읽지 않은 사람이다. 손자 역시 ‘병력과 무기가 적보다 열세일 때는 싸우지 말고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는 했지만 ‘삼십육계’는 『손자병법』을 포함한 모든 병법서를 포괄해 추출한 중국 전통의 병법 36가지를 정리한 별개의 비책이다.
손자에 따르면 전쟁의 승리를 미리 아는 데는 다섯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 둘째, 현장상황에 따라 지휘를 달리할 줄 아는 것. 셋째, 장수와 병사가 단결하는 것. 넷째, 준비를 갖추고 적이 방심하여 틈을 보이기를 기다리는 것. 다섯째, 장수가 유능하여 군주가 작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白戰不殆)이며, 적을 모르고 나를 알기만 한다면 이기고 질 확률이 절반이 되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험에 빠지게 된다.
또 옛날부터 명장은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어 놓고 적과 싸웠기에 승리했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적과 싸우며,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걸어 놓고 승리를 추구한다. 나의 승리는 적의 실수 때문이고, 적의 승리는 나의 실수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이 나를 살피듯 먼저 나를 살펴야 한다. 이는 ‘46전 23승 무패’에 빛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나오는 말이다.
인생이란 거친 들판에 ‘총성 없는 전쟁’이란 말은 수시로 등장한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가장 뼈아픈 패배는 적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지는 것이다. 자자, 이토록 무더운 날 나를 냉정하게 적으로 돌려놓고 『손자병법』을 탐구해 나를 이겨보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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