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금기어된 ‘정치’…“탄핵 빨리 해야 혼란 줄어”[취중생]

설 연휴 금기어된 ‘정치’…“탄핵 빨리 해야 혼란 줄어”[취중생]

송현주 기자
송현주 기자
입력 2025-02-01 13:00
수정 2025-02-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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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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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기차를 이용해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기차를 이용해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길게는 최대 9일 동안 쉴 수 있는 ‘황금연휴’인 이번 설 연휴 기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구속기소 되면서 정치 이슈가 어느 때보다 민감한 주제가 됐습니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명절에 괜히 다툴까 걱정하는 이들은 아예 정치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화제를 돌리거나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의견 안 듣고 의견 강요해 불편”…“정치 말하지 않기로”정모(30)씨는 31일 “명절에 시댁에 다녀왔다가 완전히 지쳐서 돌아왔다”며 가족들을 만나 “가족끼리는 정치 이야기하는 것 아니다. 안 하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씨는 “아버님이 계속 정치 이야기를 하셔서 자리를 피해 다른 방으로 갔다”며 “며느리 입장에서 시댁은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어른들은 다른 의견을 듣지 않고 ‘진실을 알려야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강요하려고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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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광주 서구 광천동의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한 가족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광주 서구 광천동의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한 가족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정치 이야기는 덜 하는 게 미덕’이라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송모(14)군은 “아무리 가족이어도 한쪽 입장만 계속 옹호하는 걸 보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점심 식사에서 작은 아빠가 할머니께 ‘요즘 같은 때에는 정치 이야기는 안 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지난 30일 “명절에 가족끼리 정치 이야기 금지인 것 모르냐”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다음 대선부터 ‘가짜 뉴스’ 두고 불필요한 언쟁도그러나 이번 설 연휴에 가족들과 언쟁을 피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박모(40)씨는 설 연휴 동안 정치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20대인 사촌 동생 2명이 식사 이후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체포 적절성 등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결국 언쟁이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박씨는 동생들이 “강사 전한길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데 조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냐”면서 “계엄은 잘못이지만 대통령 구속까지 하는 건 정치적 노림수다. 이재명은 (다음 대통령으론) 안 된다”고 해 머리가 지끈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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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이동하는 모습. 안주영 전문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이동하는 모습. 안주영 전문기자


어머니는 전라도, 아버지는 경상도 출신이라는 임모(28)씨는 “가족들과 모였는데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길래 ‘그건 확인된 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며 “한마디 했다고 삼촌들이 엄청나게 꾸짖어 밥만 먹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임씨는 “가족들과 명절에 정치판을 두고 논쟁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갈등이 극심하니 아예 말을 꺼내는 게 조심스러운 민감한 상황”이라며 “이제 가족뿐 아니라 친구끼리 만날 때도 정치 이야기가 꺼내서는 안 되는 소재가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사회적 혼란 극심…“탄핵 절차 진행돼야”사회적 혼란이 극심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빠르게 이뤄져야 불안감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만난 이모(68)씨는 “지금은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불안한 나라로 비춰지는데 대통령에 대해 빨리 탄핵이 이뤄져야 우리나라가 바로 선다”라며 “대통령이 갑자기 계엄을 선포한 이후 평화로웠던 나라의 민주주의가 퇴보한 느낌”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군 복무 중인 A(23)씨도 “탄핵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게 맞다”며 “계엄을 애들 장난처럼 그렇게 쉽게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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