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탄핵 정국에 웃픈 호황 누리는 이곳[취중생]

비상계엄 선포·탄핵 정국에 웃픈 호황 누리는 이곳[취중생]

김우진 기자
김우진 기자
입력 2024-12-14 10:00
수정 2024-12-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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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필수품 깃발·응원봉 업체 호황
국회 인근 식당도 손님 몰려
“매출 늘어 좋지만, 마냥 기쁘진 않아”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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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안 표결을 사흘 앞둔 11일 오후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대통령 신속 퇴진 촉구 시민 결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11. 광주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안 표결을 사흘 앞둔 11일 오후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대통령 신속 퇴진 촉구 시민 결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11. 광주 뉴시스


서울 마포구의 한 현수막 제작 업체 대표 강모(60)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기 하루 전인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넘게 밤을 새워 일하고 있습니다. 강씨는 “하루 30건씩 깃발 제작 문의가 들어와 아르바이트를 써야 할 판”이라며 “매출이 늘었지만 국가적으로 좋지 않은 일로 호황인 것 같아 마냥 기뻐하진 못하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깃발과 응원봉이 탄핵 촉구 집회의 필수품이 되면서 관련 업체들이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지난 6일부터 매일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식당가도 저녁이면 재료소진으로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로 붐빕니다. 비상계엄 이후 이어지는 탄핵 정국으로 ‘연말 특수’가 실종된 상황에서 일부 업체나 음식점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7년째 수제 응원봉을 제작하고 있는 강모(35)씨도 지난 6일부터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매일 30~40개의 응원봉을 만드는 강씨는 “집회 당일까지 제작해서 여의도로 퀵서비스를 보내달라는 문의도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소규모 업체가 아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응원봉 제작 업체들은 이미 홈페이지에 품절을 내건 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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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다음날인 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 편의점 매대가 텅 비어있다. 전날도 이 편의점에는 손님이 몰려 간편식품과 초콜릿 등이 동났다. 2024.12.10 김우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다음날인 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 편의점 매대가 텅 비어있다. 전날도 이 편의점에는 손님이 몰려 간편식품과 초콜릿 등이 동났다. 2024.12.10 김우진 기자


매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국회 앞도 ‘집회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회 앞은 평일에도 주최 측 추산 2만~3만명이 모이면서 인근 편의점과 카페, 음식점이 붐빕니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비공식 경찰 추산 15만 9000명)이 모였던 지난 7일에는 여의도 일대 식당 대부분이 오후 8시쯤 재료소진으로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여의도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최현숙(67)씨는 “32년을 여기서 일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500그릇을 팔고 돼지머리 15개를 썰었는데도 양이 모자라 기다리던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고 했습니다.

이곳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매출 상승에 함박웃음을 짓다가도 이내 나오는 한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만 평소 매출의 5배를 올린 여의도의 한 편의점 점장은 텅텅 빈 매대를 채우면서 “핫팩, 마스크, 과자, 라면이 우르르 동나는데 사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이 눈에 밟히더라”며 “장사가 잘되면 좋은 게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가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 않냐”고 했습니다.

14일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날입니다. 웃픈 호황을 누리는 자영업자들은 “다른 자영업자들도 하루빨리 예전처럼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다”며 “서둘러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끝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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