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파주 ‘카라 더봄센터’
우울한 동물보호소 개념 넘어
동물권에 대한 인식 개선 목표
둥근 모서리 삼각형 모양 건물
각각 변은 인간·동물·자연 상징
개 200마리·고양이 50마리 보호
크기·종류별 습성 고려해 설계
층고 높이고 계단 대신 경사로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는 개발 붐이 일고 있는 파주시와는 분위기가 한참 다르다. 민가는 거의 찾기 힘들고 낮은 산과 논밭이 대부분이다. 산 넘고 물 건너 이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국내 최초로 건축가의 디자인으로 지어진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사단법인 동물권행동 카라가 운영하는 ‘카라 더봄센터’는 위기에서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하고 교육하고 입양 보내는 종합 반려동물 복지 공간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렀지만 버려지는 동물도 부지기수요, 여전히 식용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크게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이 공간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카라 더봄센터를 공중에서 바라본 모습. 이등변삼각형 형태로, 각각의 변은 인간, 동물, 자연을 상징한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부드러운 순환을 만든다.
홍재승 건축가 제공
홍재승 건축가 제공
2020년 10월 개관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 카라 더봄센터는 모든 동물이 존엄한 생명으로서 본연의 삶을 영위하고, 균형과 조화 속에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어진 동물을 위한 집이다. 이등변 삼각형 형태의 4022㎡(약 1216평) 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이루는 벽돌 한 장, 잔디 한 뼘 모든 것에 후원자들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다. 버려지거나 고통받다 구해진 200여 마리 개와 50여 마리 고양이가 입양을 기다리는 동안 카라의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카라 더봄센터 내부 중앙 정원은 동물의 활동성을 고려했다.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카라 더봄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홍재승 플랫/폼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동물보호소를 기능적 관점으로만 보자면 견사와 묘사가 있는 시설이지만, 기능의 건축을 넘어 사람들이 동물권에 대해 이해하고 인식을 개선하게 만드는 사회적 공간을 구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라는 국내 동물권이 새로운 차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동물 구조와 보호, 입양, 교육과 시민 참여까지 가능한 ‘토털 반려동물 보호 복지센터’를 2016년부터 준비해 왔다. 우연히도 그해 불법 개 농장에서 구조된 ‘조조’를 입양하면서 카라와 인연을 맺게 된 홍 소장은 자연스럽게 이 시설이 들어설 땅을 찾는 것부터 설계까지 도맡아 하게 됐다.
카라 더봄센터 입체화한 산책로는 동물의 활동성을 고려했다.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어지는 선진적인 동물보호소인지라 매뉴얼도, 기준도 없었기에 홍 소장은 카라 활동가들과 독일 뮌헨과 베를린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 견학도 했다. 티어하임은 우리말로 ‘동물의 집’이란 뜻이다. 독일은 700여개의 동물보호단체 네트워크와 세계 최고의 동물보호법이 마련된 나라로 티어하임의 입양률은 90%에 달한다. 홍 소장은 “건축적 구성과 프로그램을 답사하는 것이 견학의 목적이었지만 운영·유지관리, 시설의 사회적 역할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면서 “특히 티어하임이 기피 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일부로서 주거 지역과 근접해 있으면서 마을의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커뮤니티 시설로 작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법원읍에 자리한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이곳에는 200여 마리 개와 50여 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다.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경기 파주시 법원읍에 자리한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이곳에는 200여 마리 개와 50여 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다.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경기 파주시 법원읍에 자리한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이곳에는 200여 마리 개와 50여 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다.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텍스처온텍스처 제공
카라 더봄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홍재승 플랫/폼 건축사사무소 소장.
함혜리 칼럼니스트 제공
함혜리 칼럼니스트 제공
“동물들에게는 계단이 매우 낯설고 어려운 시설입니다. 산책과 운동이 필요한 동물들을 위해 중앙 정원에는 잔디광장을 두고 옥상까지 이어지는 내측 경사로를 이용해 입체화된 긴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2023-04-0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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