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대는 수제맥주… 맛의 향연 못 즐기나

골골대는 수제맥주… 맛의 향연 못 즐기나

심현희 기자
입력 2020-09-10 17:30
수정 2020-09-1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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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코로나’로 휘청이는 주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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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 주류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특히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영향으로 폐업하는 외식업자들이 속출하자 이들에게 주류를 납품하던 도매업계와 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류 도매장 창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 주류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특히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영향으로 폐업하는 외식업자들이 속출하자 이들에게 주류를 납품하던 도매업계와 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류 도매장 창고.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전국의 외식업장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 주류업계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이후 전국 110여개의 도매업장 매출이 10분의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주류를 판매하는 일반음식점들이 아예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이 축소돼 주문량 자체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 관계자는 “도매업체 매출의 95%가 외식업장 등 유흥 채널이어서 타격이 크다”면서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 평소 2억~3억원이었던 일 매출이 약 20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중소 규모의 업장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가 직원의 절반 이상을 해고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도매상이 소매점 등을 오픈해 최종 소비자와 만나는 비즈니스 다각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미래의 상황을 앞당겼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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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 주류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특히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영향으로 폐업하는 외식업자들이 속출하자 이들에게 주류를 납품하던 도매업계와 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경기 가평군의 수제맥주 양조장 카브루의 맥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 주류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특히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영향으로 폐업하는 외식업자들이 속출하자 이들에게 주류를 납품하던 도매업계와 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경기 가평군의 수제맥주 양조장 카브루의 맥주.
● 술집 폐업 속출… 영세 양조장 ‘존폐 위기’

전국 140여개에 달하는 수제맥주 양조장도 생존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영업 중지나 폐업하는 술집들이 속출하면서 소규모 양조장들의 주요 수익원인 케그(생맥주)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관계자는 “맥주를 캔입해 편의점, 마트 등 소매 채널에 납품하는 시스템을 갖춘 일부 규모의 양조장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케그 매출로 먹고사는 영세한 곳이어서 관련 산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설사 소규모 양조장들이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규모가 큰 공장에 위탁해 캔맥주를 만든다 해도 편의점 등 소매 유통 채널엔 한계가 있죠. 게다가 4캔에 1만원인 수입맥주와 경쟁해야 하는 편의점에 들어가기 위해선 원재료가 더 비싼 수제맥주라 해도 가격 경쟁력을 ‘4캔 1만원’ 수준으로 갖춰야 해 이익을 남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 편의점 등 소매채널만 매출 소폭 늘어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부 주에선 음식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기는 업장만 영업이 허용돼 주류를 주로 판매하던 바, 펍 등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그동안 우후죽순 생겨났던 수제맥주 양조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어쩌면 다양성과 독창성이 살아 있는 수제맥주를 예전처럼 즐기지 못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주류 관련 와인숍, 편의점 등 소매 채널만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을 피해 갔습니다. 외출을 꺼려 하면서 ‘홈술’을 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 이들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데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와인숍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약 20%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편의점 주류 매출도 증가했습니다. 이마트24는 맥주, 와인 매출이 지난주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8%, 15.5%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주류회사들은 아직은 큰 타격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술은 업소용과 가정용으로 나뉘는데 ‘홈술족’이 매출을 아직은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죠.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유흥채널(업소용)과 소매 채널(가정용) 매출 비율이 5대5였지만 코로나 이후로 4대6이 됐다”면서 “대형 업체들은 당장의 큰 영향은 없지만 올해 코로나가 터진 이후 완만하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사태가 빨리 진전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macduck@seoul.co.kr
2020-09-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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