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안전사고 피해 보상은
#1. 직장인 A씨는 집에서 가까운 대형마트에 갔다가 왼쪽 무릎뼈가 부러졌습니다. 물기가 있던 매장 바닥을 잘못 밟아서 미끄러졌죠. A씨는 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수술 후 재활치료까지 받았습니다.#2. 주부 B씨는 2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아이를 쇼핑카트에 태우고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아이가 카트에서 떨어졌죠. 아이는 병원에서 갈비뼈가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서울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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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대형마트에서도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합니다. 소비자원의 ‘소비자 위해 감시 시스템’에 매년 200건 이상의 대형마트 안전사고가 접수되고 있죠. 사고 유형을 보면 바닥·무빙워크 등에서 미끄러지는 사고와 카트로 인한 사고가 많았습니다. 특히 6세 이하 어린이 사고가 가장 많아서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죠.
민법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시설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 때문이라면 마트에서 소비자에게 치료비 등을 보상해야 합니다. 법률 용어라서 어려운데요. 쉽게 말하면 마트에서 매장 안에 있는 각종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말이죠.
예를 들어 A씨처럼 소비자가 마트에서 미끄러져 다친 이유가 바닥에 있는 물기나 이물질을 마트에서 치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마트에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관리자 부주의로 판단돼 마트가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보상해야 하죠. 피해자의 나이나 치료 경과, 후유증 등에 따라 위자료를 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어린이가 뛰어다니다가 넘어지는 등 소비자 과실도 있다면 마트에 책임을 모두 지울 수는 없습니다. 바닥에 물기가 있었더라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면 어느 정도 물기가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도 알기 때문에 소비자 부주의도 인정됩니다. 마트로부터 치료비를 100% 받을 수 없죠.
카트에서 아이가 떨어지는 사고도 많은데요. 마트는 아이를 짐칸이 아닌 지정된 좌석에 앉혀야 하고, 안전벨트를 꼭 매야 한다는 내용 등의 주의사항을 카트에 표시해야 합니다. 주의사항이 카트에 없거나, 소비자가 아이를 지정 좌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도 잘 맸는데 추락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면 마트에서 카트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인정돼 치료비 등을 보상해야 하죠.
주의사항이 있는데도 소비자가 지키지 않았다면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고를 보면 아이들이 지정된 좌석에 앉지 않거나, 카트 안에서 일어나 장난을 치다가 발생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카트에 태울 때 주의사항을 꼭 읽어보고 잘 따라야 하죠. 또 마트에서 주로 쓰는 카트는 어린이 최대 허용 체중이 15㎏이어서 이보다 무거운 아이는 카트에 앉히면 안 됩니다.
카트를 끌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무빙워크에서도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무빙워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카트가 턱에 걸리면서 소비자가 넘어지거나 뒷사람의 카트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죠. 무빙워크에서 카트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가 카트가 아래로 굴러 내려가 앞사람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합니다. 무빙워크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힘껏 카트를 밀어서 턱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카트 손잡이는 다 내려올 때까지 꼭 잡고 있어야 합니다.
마트 안전사고는 과실이 마트에 있는지, 소비자에게 있는지에 따라 보상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마트의 과실을 입증하려면 사고 직후 사고가 난 장소와 다친 부위 등을 사진으로 찍어놔야 합니다. 사고 장소를 바로 떠나지 말고 마트 직원을 불러 사고 경위를 알려야 하죠. 매장 내 폐쇄회로(CC)TV 영상도 중요한 입증자료가 됩니다.
최재훈 소비자원 위해분석팀 대리는 “마트는 자주 가는 곳이어서 방심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장소”라면서 “쇼핑에만 집중하다가 어린 자녀를 놓치거나, 매장·무빙워크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sjang@seoul.co.kr
2017-12-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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