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차량 블랙박스 피해…보상은?
제조·판매업체에 손배 요구 못 해“작동하는지 수시 점검하는게 최선”
피해자 10중 4명은 ‘무료 설치’ 피해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 알려주면 안돼
#1. 최근 새 차를 뽑은 직장인 장모(30대·여)씨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차량용 블랙박스를 달았습니다. 며칠 뒤 장씨는 접촉사고가 나서 블랙박스를 확인했는데요. 충격 때문인지 정작 필요한 사고 당시 영상은 아예 녹화되지 않았습니다. 상대 운전자의 과실이 분명한데 입증하기가 힘들었죠. 장씨는 블랙박스 판매업체에 전화해 “어떤 충격에도 녹화 파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광고하더니 녹화가 하나도 안 됐다”고 따지면서 환불과 함께 접촉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고객님이 기계 작동을 잘못한 것 같다”면서 보상을 거부하네요.
#2. 직장인 전모(30대·남)씨는 최근 회사를 찾아온 방문판매원으로부터 블랙박스를 샀다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판매원이 신용카드사 판촉행사로 카드 대금을 일정 기간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면 매달 5만원씩 현금으로 돌려준다며 “사실상 공짜”라고 설명했는데요. 몇 달째 현금은 들어오지 않고 판매원은 연락 두절입니다. 장씨와 전씨는 차량용 블랙박스 구입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사고 영상이 녹화되지 않는 등 차량용 블랙박스 관련 소비자 피해가 최근 5년간 연평균 193건이나 접수됐다.
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장씨의 경우처럼 사고가 났는데 블랙박스에 영상이 녹화되지 않는 등 기계에 하자가 있다면 소비자는 제조·판매업체로부터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블랙박스의 품질보증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교환·환불을 받기 어렵죠. 블랙박스에 이상이 발견되면 최대한 빨리 업체에 알려야 합니다. 블랙박스 파일 손상으로 사고를 낸 상대방의 과실을 증명하지 못해 차 수리비 부담 등 손해를 보는 소비자도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 블랙박스 제조·판매업체에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요구하지는 못합니다. 이면상 소비자원 자동차팀장은 “블랙박스 하자로 발생한 차 수리비 등 확대된 손해까지 제조·판매업체에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면서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시로 점검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씨의 사례처럼 블랙박스를 무료로 설치해준다는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면 사실상 보상받을 방법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불법업체들이 판매 이후 도망가거나 연락을 끊기 때문이죠. 이 팀장은 “소비자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무료라는 악덕 상술에 속지 말고 판매자에게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블랙박스를 살 때는 무조건 싸다고 구입하지 말고 제품별 특성과 성능 등을 미리 충분히 비교·검토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 차량의 번호판을 잘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영상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골라야 하죠. 메모리 사용량은 적은 기계가 좋습니다.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 사이트에 가면 블랙박스 제품별 품질시험 결과를 볼 수 있죠.
블랙박스를 차에 설치할 때는 운전자의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도록 달아야 합니다. 주차 시에도 녹화할 수는 있지만 제품에 따라 차량 배터리가 방전될 가능성이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여름철에는 햇볕으로 차량 내부 온도가 높아지면 화질이 손상되거나 메모리가 훼손될 수 있어서 실내나 그늘진 곳에 주차하는 것이 좋습니다.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는 제조사가 권장하는 등급 이상의 제품을 써야 합니다. 메모리 카드를 작동 중에 분리하면 저장된 영상이 손상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어서 반드시 전원을 끄고 빼야 하죠. 메모리 카드가 훼손되면 전용 포맷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저장된 영상이 모두 날아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esjang@seoul.co.kr
2017-12-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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