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사 초등 65%, 중학 77% 노동시간 상한 초과
이메일 있는데도 종이 인쇄해 교사들에 자료 배포
“손으로 쓰다 한 글자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방과후 학교를 나서는 일본 도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
김태균 기자
김태균 기자
현장 교사들은 ‘디지털화의 지연’을 근무 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리고 일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으로 꼽고 있다.
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부)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2학년도 공립 초등학교·중학교 교원 근무 실태조사에서 법정 초과근무 시간 상한선(월 45시간)을 넘겨가며 일하는 교사의 비중은 초등학교 64.5%, 중학교 77.1%로 나타났다.
‘과로사(過勞死) 라인’으로 불리는 월 80시간 이상 초과 근무자도 초등학교 14.2%, 중학교 36.6%였다. 중학교 교사의 3분의1 이상이 지나친 노동으로 심신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는 법적 기준점까지 일을 하는 셈이다.
일본 도쿄도 시부야구의 한 초등학교.(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음)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이번 발표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조사가 방학 때인 지난해 8월과 상대적으로 한가한 10~11월에 이뤄지는 바람에 살인적인 초과 근무가 발생하는 학기 말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쎠다”며 정부의 조사 시점 선정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는 낙후된 디지털화가 교사들 초과근무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아사히신문은 “교원들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학교 업무의 디지털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화 지연에 따른 비효율·비능률을 지적했다.
학교 수업을 마친 일본 도쿄의 중고생들이 무리를 지어 걸어가고 있다.
김태균 기자
김태균 기자
한 교사는 트위터에 “올해 전근으로 학교를 옮겼는데, 여기에서는 (학생 출석 관리 등을) 손글씨로 해야 한다”며 “그동안 학교에서 컴퓨터로 작업했는데 지금은 너무 힘이 든다”라고 올리기도 했다.
도호쿠 지방의 한 공립학교는 교육위원회 등 상부 기관에서 이메일로 전달된 지시사항, 협조 요청 등 공문을 교감이 매일 아침 교사 인원수만큼 인쇄해 책상 위에 쌓아놓고 배포한다. 프린트 작업에 꼬박 1시간이 걸린다.
첨부파일을 인터넷으로 공유해 교사들이 직접 확인하도록 하면 간단할 일을 일일이 인쇄해 나눠줌으로써 시간과 종이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김태균 기자
김태균 기자
그는 “학교 측에 개선 방안을 제안했지만 연령대 높은 교사들로부터 ‘현재 방식이 더 낫다’며 거부당했다”며 이는 교재 연구와 수업 준비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많은 학교가 교사와 학부모 간 연락 수단을 ‘교무실 전화’로 제한하고 있다. 휴대전화, 메일, 메신저 등 다양한 통신수단이 있음에도 일부 부작용 가능성을 이유로 원칙적으로 교사는 학교에 있는 전화를 통해서만 학부모에게 연락하도록 하고 있다.
본 문부과학성 청사
<구글맵 스트리트뷰 화면 캡처>
<구글맵 스트리트뷰 화면 캡처>
교사와 학부모 간 메일 주고받기를 금지하고 있는 도쿄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 가정과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해 이를 악용하는 교사가 있을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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