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 차별이 일본보다 더 심각해”...日전문가 지적 [김태균의 J로그]

“한국의 여성 차별이 일본보다 더 심각해”...日전문가 지적 [김태균의 J로그]

김태균 기자
입력 2022-08-31 16:31
수정 2022-08-31 17:1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日 ‘한국통’ 전직 외교관, 한국 사회 저변의 차별, 격차 지적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줄었지만 유교문화의 잔재 남아”

이미지 확대
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진보연대가  3.8 여성의날 페미행동 행사를 하고 있다.2022.3.8안주영 전문기자
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진보연대가 3.8 여성의날 페미행동 행사를 하고 있다.2022.3.8안주영 전문기자
“한국 사회 저변에는 차별, 격차, 특권의식이 짙게 남아 있다. 유교문화의 영향에서 비롯된 이러한 현상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심각하다.”

한국에서 총 12년간을 근무했던 일본의 전직 외교관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출간한 저서를 통해 성별, 직업, 학벌, 인종 등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일본 사회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미치가미 히사시(64) 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한국 사회의 비약적인 변화를 일본과 비교해 평가하고 자국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저서 ‘한국의 변화, 일본의 선택’을 이달 초 출간했다. 1983년 외무성에 입성한 그는 주한대사관 총괄공사 외에 일본문화원장, 부산총영사 등 5차례에 걸쳐 12년간 근무한 대표적인 ‘코리안스쿨’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프레지던트는 지난 29일 책의 내용 가운데 한국내 차별과 편견에 대한 부분을 발췌, ‘여성의 사회 진출은 진전됐지만 차별과 격차는 일본보다 심각: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 사회의 겉과 속’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책에서 미치가미 전 공사는 자신의 한국 생활 초기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미지 확대
일본 매체들이 최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위반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측을 지지한다는 보도를 한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보도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한뒤 자리로 향하는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일본 매체들이 최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위반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측을 지지한다는 보도를 한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보도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한뒤 자리로 향하는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1980년대 중반 한국에는 일자리가 없는 젊은 남성들이 대낮부터 길거리에서 도박에 열중했다. (중략) 일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장애인, 흑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일본의 감각에서 보면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규칙을 무시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며 ‘문제없어. 일본인은 너무 착실해서 탈이야’라고 말하며 웃곤 했다.”

미치가미 전 공사는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부산에는 40층 이상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복합영화관 등이 들어선, 일본에 없는 거대한 백화점이 있고 편의점도 커피점도 도쿄보다 많다. (중략)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인기 탤런트가 TV에서 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여성의 지위가 상승해 직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다.”

그는 “20대 후반 대졸자의 경우 여성의 평균 급여가 남성보다 높다. 이 때문에 남성들은 병역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치가미 전 공사는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편견과 차별 의식이 일본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인(남편)·일본인(아내) 부부의 말을 소개했다.

“우리 아이는 단체활동이나 학업에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국의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아이를 위한 장소라고 느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눈으로 보이는 문제는 많이 줄었지만 물밑에는 차별과 격차, 특권 의식이 짙게 남아 있다”며 “이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인들은 어릴 적부터 외모를 지나치게 걱정한다”며 “특히 여자들의 경우는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미치가미 전 공사는 일본 에도시대의 ‘사농공상’(士農工商)보다 조선시대의 신분차별이 더 심했다는 분석을 전하며, 현재에도 이러한 유산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상황들은) 유교의 영향이 크다. 1980년대에 일상적으로 나타났던 성별, 직업, 인종 등에 의한 각종 차별의 뿌리가 거기에 있다. 유교의 영향에 의한 출세욕, 향상심, 학업중시 경향이 일본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지배, 차별과 특권, 박탈감과 원망, 한탄 등 요소 또한 일본보다 강한 듯하다.”
이미지 확대
도쿄올림픽 홍보 깃발과 욱일기
도쿄올림픽 홍보 깃발과 욱일기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본진이 도쿄로 입성하는 19일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욱일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불허 방침에도 일본 측이 도쿄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 응원을 허용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2021.7.19/뉴스1
미치가미 전 공사는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한국에서 심각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위험한 외국관이 겉으로 드러났다고 느낀 최근의 사례는 지난해 7월 MBC TV의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이었다. 각국 선수단 입장에 맞춰 해당 국가를 짧게 소개하는데 루마니아에는 드라큘라의 한 장면을, 우크라이나에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사진을 이용했다. (중략) 거짓과 허구는 아니었지만 올림픽 개회식이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같은 무대에 부합하지 않는 야유이자 국제적 결례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잇따랐다.”

미치가미 전 공사는 “MBC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이었다며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이는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외국관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축도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했다.

“외국에 대한 예의나 배려는 필요 없다. 우리는 이제 약소국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 동료들과 평소 얘기하는 그대로를 외부에 말해도 좋다는 식인 것이다. 내가 아는 과거의 한국에는 그런 독선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가장 강하게 나오는 것은 일본에 대해서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