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살아온 우리 인생 위로… 30년 노래한 나에게 꽃을 준다”

“힘들게 살아온 우리 인생 위로… 30년 노래한 나에게 꽃을 준다”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24-10-24 18:14
수정 2024-10-25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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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공연 펼친 장사익

성대결절 회복… 120분간 열창
장르 경계 허무는 협연에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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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이 지난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꽃을 준다 나에게’ 소리판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1994년 ‘찔레꽃’으로 데뷔한 장사익은 우리 고유의 가락과 애잔한 정서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소리꾼이다. 김녕만 사진작가 제공
장사익이 지난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꽃을 준다 나에게’ 소리판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1994년 ‘찔레꽃’으로 데뷔한 장사익은 우리 고유의 가락과 애잔한 정서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소리꾼이다.
김녕만 사진작가 제공


“30년 노래 인생을 다독이며 나에게도 꽃을 주고 싶었습니다. 마흔 중반 늦깎이로 시작한 노래,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장사익(75)의 데뷔 30주년 소리판. 황청원 시인의 시 ‘꽃을 준다 나에게’를 타이틀로 마련한 늙은 소리꾼의 무대는 절절하면서도 뜨거웠다. 그는 120분간 자신의 노래 인생을 압축한 18곡을 열창했다.

장사익은 이날 신곡 ‘꽃을 준다 나에게’를 처음 부른 후 “이 시를 처음 읽고 많이 울었다”며 “힘들고 아프게 살아 온 우리 인생을 축하하고 위로하는 꽃을 선물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삶의 굽이굽이 애환을 노래해 온 그의 말에 관객들은 박수를 보내며 공감을 표시했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무대에 선 장사익은 그간 수차례 치료해 온 성대결절에서 완전히 회복한 듯 무르익은 소리의 세계를 선보였다. 1994년 ‘찔레꽃’으로 데뷔한 후 소리와 국악, 재즈, 트로트를 넘나들며 ‘장사익류(流)’라는 장르를 만들어 온 그는 노래를 내지르고 꺾고 물러서면서 자신만의 소리를 펼쳤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협연도 30년 묵은 소리판에 울림을 더했다. 한국의 재즈 1세대인 81세의 최선배가 트럼펫 연주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음악감독 정재열의 기타, 재즈 피아니스트 앤디 킴의 피아노 선율, 고석용의 열정적인 북과 하고운의 해금 등이 어우러진 국악, 아카펠라 그룹 더 솔리스츠와 우니꼬 합창단이 장사익의 소리에 합세했다.

‘꽃구경’,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희망가를 부른다’는 절절한 가사를 담은 ‘국밥집에서’ 대목이 절정을 이뤘다. 1부가 애절한 노래 위주의 무대였다면 2부는 “광화문 나이트로 모시겠다”는 그의 멘트대로 관객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마을회관 잔치 같았다. 장사익은 ‘댄서의 순정’과 ‘열아홉 순정’ 등 트로트 메들리부터 ‘동백아가씨’, ‘봄날은 간다’ 등 친숙한 가요들로 객석의 호응을 이끌었다.

피날레는 장사익과 합창단, 관객들이 합심해 부르는 ‘찔레꽃’ 합창. 그의 30주년 소리판은 다음달 9일(대구), 12월 8일(대전), 12월 25일(천안), 내년 1월 4일(부산)로 이어진다.
2024-10-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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