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정관수술하고 힘이 없다는데?

남편이 정관수술하고 힘이 없다는데?

입력 2010-06-29 00:00
수정 2010-06-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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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녀 둘을 둔 35살 주부입니다. 그동안 제가 경구 피임을 해오다가 얼마 전 남편이 정관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남편은 탐탁지 않아 했지만 제가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였지요. 그런데 수술 후 남편이 기력이 달린다, 힘을 못 쓰겠다, 이러다 여자처럼 되는거 아니냐며 걱정을 하곤 합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제가 보기에도 남편이 좀 여성스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정관수술을 하면 정말로 여성적인 기질을 띠게 될 수 있나요?

A) 정관수술에 대한 속설 때문에 고민하고 있군요. ‘남자가 정관 수술을 하면 정력이 떨어진다’ ‘정관수술을 하게 되면 남성성이 줄어든다’ 등은 정관수술과 관련된 대표적인 속설들입니다. 실제로 이런 속설 탓에 나이 많은 연령대의 부부들은 정관수술보다는 여성의 나팔관 수술을 통해 영구 피임을 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는 속설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문화가 끼친 영향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속설은 속설일 뿐, 의학적으로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정관수술의 원리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정관수술이란 말 그대로 정자가 지나는 길, 즉 정관을 차단하는 수술입니다. 고환에서 생성된 정자가 정관을 타고 정낭으로 이동한 뒤 성관계 시 사정되어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정관을 차단하게 되면 사정을 하더라도 정액 안에 정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임신이 불가능해 집니다. 그러나 정관이 차단되었다고 해서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다만 생성된 정자가 방출되지 않은 채 단백질화 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체내에 흡수 됩니다.

따라서 원천적인 의미의 불임이 아니며, 정관수술을 했더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다시 정관복원 수술을 통해 복구할 수도 있습니다. 정관수술은 이처럼 단순히 정자가 방출되고 안 되고의 차이를 만드는 시술이기 때문에 남성성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걱정하는 ‘남성성’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관련이 깊은데, 나이가 들면서 남편이 여성스러운 일면을 보인다면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종의 남성 갱년기로, 여성 역시 일정한 시기에 여성호르몬이 줄어들고 폐경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남성호르몬은 정관수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정자가 지나는 길을 차단만 했을 뿐이지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시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남편분의 넋두리와 걱정은 심리적인 것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적지 않은 남성들은 그렇기도 합니다. 몸이 조금만 안 좋아져도 ‘혹시 정관수술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력이 전에 비해 달린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내가 자신감을 잃은 남편을 안심시켜주고 남편의 기를 살려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만일 남편이 요즘 신경질이 늘고, 우울해 하며, 성적 능력도 예전 같지 않은 등 남성갱년기 증상을 보인다면 정밀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움말=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메디서울 김수철기자(webmaster@med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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