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은 왜 면도를 했을까?

알렉산더 대왕은 왜 면도를 했을까?

입력 2010-03-05 00:00
수정 2010-03-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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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은 강한 남성미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때문에 위엄 있는 왕이나 힘깨나 쓰는 장군 역을 맡은 사극 등장인물들은 매번 콧수염과 턱수염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수고를 치러야 한다. 특히 영웅호걸들이 등장하는 삼국지에도 수염은 남성다운 면모를 강조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관우는 2척에 이르는 수염 길이로 적의 장수를 벌벌 떨게 만들었으며, 장비는 가시같이 뾰족하고 덥수룩한 턱수염으로 특유의 호탕함과 장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그런데 정복 전쟁을 통해 대제국을 이룬 것으로 유명한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수염을 전혀 기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매일같이 꼬박꼬박 면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이나. 실제로 그를 묘사한 회화나 두상 조각 어디에서도 수염을 찾아볼 수 없다. 남성다움, 용맹함의 대명사인 그가 수염을 과감히 밀어버린 사정은 무엇이었을까?

현대 남성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외모를 위해 면도를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경우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전쟁터에서 길게 자란 수염은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일 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알렉산더 대왕은 적에게 머리가 베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든 병사들에게 전투 전 수염을 꼼꼼히 면도할 것을 명했다. 이는 이후 그리스, 로마의 남성들 외모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실제로 로마인들은 기원전 4세기부터 알렉산더 대왕을 좇아 수염을 면도하기 시작했으며 그리스령 시칠리아에서 이발사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이러한 남성들의 면도 습관은 서구의 전통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근대 서양사회에서는 수염을 기르는 것이 유행이 됐다가 다시 사그라지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자 면도기가 발명되고 아름다운 외모를 향한 욕구가 증대되면서 면도가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895년 단발령 이후 수염을 자르기 시작했으며, 이후 면도는 개화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면도기는 남성의 필수품’이라는 한 광고 카피처럼 현대에 이르러서는 면도를 하지 않은 남성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의 성인 남성들은 사춘기부터 시작해 오랜 면도 경력을 가지고 있는 수준급 면도사들이다. 수동 면도기에서 전기 면도기까지 면도기 종류도 수백 가지에 이르며, 면도날의 날카로운 자극을 덜기 위한 다양한 쉐이빙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다. 최근에는 매일 아침 면도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콧수염과 턱수염 등 모든 수염을 레이저제모(영구제모) 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탤런트나 아나운서 등이 레이저제모로 영구 제모 시술을 받았다고 잇따라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성 수염 면도는 1901년, 킹 질레트가 지금의 안전면도기를 발명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루어져오고 있었다. 심지어 2만여년 전 그려진 고대 동굴벽화에서 조개 껍데기와 상어 이빨을 갈아 면도하는 남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역사는 오래 되었다. 최근에는 개개인의 발모 상태나 정도 등을 두루 감안해 만들어진 다양한 면도기들이 출시되어 있다. 특히 면도 트러블이 잦거나 아침마다 면도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긴 경우, 또 면도를 해도 금세 털이 다시 자라는 경우 레이저를 통한 남성수염 제모로 깔끔하면서도 단정한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레이저제모를 몇 번 한다고 수염이 완전히 안나는 것은 아니지만 수염이 늦게 자라고 가늘어져 면도의 횟수가 줄기 때문이다. 면도를 줄이면 피부자극이 적어져 안면의 빛깔이 밝아지는 한편 스마트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생겨난다는 점도 영구 제모의 이유가 되고 있다.

세계 정복을 위해 ‘털=남성성’이라는 기존 관념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수염을 밀었던 알렉산더 대왕. 어쩌면 그는 최초로 면도를 시도한 남성이 아닌, 최초로 남성 용모의 모더니즘적 기준을 제시했던 남성이었는지도 모른다.

글 : 로즈미즈네트워크 레이저제모센터 박은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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