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규 변호사 칼럼 - 집합건물이야기 4] 재건축 ‘알박기’를 뿌리 뽑는 방법

[조정규 변호사 칼럼 - 집합건물이야기 4] 재건축 ‘알박기’를 뿌리 뽑는 방법

입력 2015-11-19 10:40
수정 2015-11-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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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과 관련된 분쟁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히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분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관리단의 운영 및 관리비와 관련된 분쟁이고 둘째는 하자보수청구와 관련된 분쟁이며 셋째는 집합건물 재건축과 관련된 분쟁이다.

관리단 운영 및 관리비나 하자보수청구와 관련된 분쟁은 복잡한 법리들이 얽혀 있고 대부분 소송을 통해 해결이 되기 때문에 법원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집합건물 재건축은 얼핏 생각하면 일정한 행정절차를 거쳐 건물을 새로 짓는 일에 불과하므로 법원에 이르기까지의 법적 분쟁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집합건물 분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집합건물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분쟁유형은 구분소유자의 재건축 매도청구소송이나 재건축조합의 설립 및 결의와 관련된 소송, 관할구청의 재건축 인가와 관련된 행정소송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이 중에서 구분소유자들의 최초 재건축결의 및 재건축 매도청구에 관한 분쟁은 이해관계가 가장 극심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집합건물법)에 의하면 집합건물을 재건축하기 위해서는 ‘구분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의 결의’가 필요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재건축에 찬성하는 구분소유자 수가 80%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그 80% 이상의 구분소유자들이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합건물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전유부분의 면적에 비례하여 주어진다.

그런데 집합건물법상 재건축결의 요건을 충족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상가 집합건물 중 99%에 이르는 대부분의 면적을 1인이 구분소유하고 있고 상가 언저리 부분 1평 남짓한 여러 공간만 2명이 구분소유하고 있는 경우, 그 1평 남짓 소유한 구분소유자 중 한명이라도 재건축에 반대를 하면 ‘구분소유자 수 80%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결국 집합건물 재건축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알박기’로 인하여 재건축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알박기’를 한 소수 구분소유자는 보통 시세 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얹어줘야 재건축결의에 찬성표를 던져준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일부 구분소유자에 대해서는 현재 시가대로 건물을 매도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매도청구는 일단 재건축결의가 이루어지고 난 뒤에야 가능한 것이므로 재건축 결의 자체가 이루어지 전 단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웃돈을 주고 지분을 매수하거나 찬성표를 얻는 수밖에 없다. 아파트 등 주거용 집합건물은 대부분 구분소유자의 비율과 의결권의 비율이 일치하여 이러한 ‘알박기’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나, 일반 상가 집합건물은 소수 지분의 구분소유자로 인하여 재건축이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불합리를 타개하기 위해 자기가 가진 지분을 쪼개어 가족 등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구분소유자 수를 늘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 구분소유자의 수를 늘리는 것은 추후에 법원에 의해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재건축 결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판례는 아니지만, 수원지방법원은 최근 ‘다수의 전유부분을 소유한 구분소유자가 오로지 구분소유자의 수를 증가시켜 관리단 결의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진정한 공유지분 이전의 의사가 없으면서 형식적으로 제3자에게 전유부분의 지분 일부를 양도했다면, 이는 강행규정의 위반으로 효력이 없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의 취지대로라면 재건축 결의에 필요한 구분소유자의 수를 늘릴 목적으로 자기의 지분을 쪼개어 가족 등에게 양도한다 하더라도 재건축에 필요한 의결정속수를 계산함에 있어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다수의 구분소유자가 시세 보다 훨씬 웃돈을 주고 소수 구분소유자의 지분을 매수한 경우 그 시세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용된 사례도 있다. 즉 ‘알박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며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민법상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보아야 하지만 계약 자체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시세를 초과하여 폭리를 취한 부분만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가 일반화 된다면 ‘알박기’의 폐해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겠으나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또한 불공정 법률행위를 이유로 지분 매매계약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법상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졌을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 증명 방법이 만만치 않다.

상가 집합건물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현재 집합건물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용적률을 상향하여 사업성을 높여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쉽게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있고, ‘구분소유자 수 80%’의 요건을 완화시키자는 의견이 있으며, 집합건물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에 관해서는 별도로 규정을 두어 보다 쉽게 집합건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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