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품은 우리 동네] (29) 울산 외솔큰길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9) 울산 외솔큰길

입력 2012-12-05 00:00
수정 201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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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하며 시름 잊던 동천강변… 그때도 지금도 주민의 쉼터로

울산 ‘외솔큰길’은 한글학자 최현배(1894~1970년)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름 붙여진 도로다. 최현배 선생의 호를 딴 이 도로는 선생이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생가와 기념관 인근에 들어선 왕복 4차선이다. 또 중구와 북구를 가르는 동천강을 따라 조성돼 강변과 관련된 추억을 간직한 ‘삶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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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동천강변을 따라 개설된 외솔큰길.
울산 중구 동천강변을 따라 개설된 외솔큰길.






외솔큰길은 울산 중구 반구동 내황배수장에서 동동 동천서로 삼거리까지 3.8㎞(너비 32m) 구간에 조성된 왕복 4차선. 시작과 끝 지점 일부는 아직 개설되지 않은 미완의 도로다.

이 도로는 최현배 선생이 어린 시절 꿈을 키웠던 ‘외솔 생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개설됐다. 1970년대 이전에는 도로의 기능보다 인근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자 놀이터 역할을 했다. 이후 1990년대부터 이곳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로 기능을 하게 됐다. 이어 왕복 4차선 도로가 개설된 2001년 3월 외솔큰길로 고시됐다.



2002년 5월 복원된 산전샘.
2002년 5월 복원된 산전샘.
최현배 선생 동상.
최현배 선생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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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울산 중구 동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 연습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시민들이 울산 중구 동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 연습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1970년대 이전에 이곳은 논과 밭, 둔치(모래)로 이뤄졌다. 또 생활의 터전이자 홍수를 막아 주는 제방 역할도 했다. 당시에는 병영과 산전 주민들이 동천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둔치에서 씨름과 축구를 즐겼다. 이후 1990년대부터 도시가 확장되면서 차가 다니는 도로의 기능을 가지게 됐다.

현재는 왕복 4차선으로 국도 7호선(울산~경주 산업로)의 출퇴근길 교통체증을 완화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중구와 북구 주민들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남구 석유화학공단 등으로 출퇴근할 때 많이 이용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동천강변을 따라 삼일아파트를 시작으로 남외푸르지오, 에일린의 뜰, 삼한나우빌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신흥 주거지로 뜨고 있다.

도로 인근에는 최현배 선생의 생가(복원)와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2010년 3월 개관한 기념관 및 생가에는 주말과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시민, 관광객, 어린이들이 찾아 외솔의 한글 사랑을 배우고 있다. 중구는 앞으로 외솔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 병영 일대를 교육·문화 지역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도로의 북쪽 끝 지점에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산전샘’이 지금도 시원한 천연 지하수를 뿜어 내고 있다. 산전샘은 경주와 동구 방어진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에 있어 먼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휴식처이기도 했다.

도로변(강변 쪽)에는 자전거 연습장과 조깅로, 쉼터 등이 조성돼 시민들의 휴식·문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일 밤 동천강변을 걷는 인파가 수백명에 이르고, 자전거 연습장에는 가족단위 시민들이 몰려 자전거를 즐긴다. 여기에다 중구 보건소 앞 강변로에서는 연주회와 합창대회 등 예술 공연도 열린다. 중구는 외솔큰길 일대 동천강변에 음악 시설을 설치해 매일 아름다운 선율을 제공하고 있다.

외솔큰길 주변에는 조선시대 축조된 병영성(면적 5만 6371㎡·사적 제320호)과 울산 3·1만세운동의 중심이었던 병영초등학교 등이 있다. 병영삼일사봉제회는 해마다 울산 병영3·1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재현 행사는 위령제를 시작으로 고유제, 3·1 독립만세 운동기념 퍼레이드 등으로 진행된다.

김기환 전 울산시의원은 “외솔큰길이 들어선 동천강변은 병영, 산전, 반구동 일대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고 놀이터였다.”면서 “특히 병영은 울산의 호국정신이 뿌리 깊게 내린 곳”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12-12-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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