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포기하고 채식해야만 동물 위하는 걸까

육식 포기하고 채식해야만 동물 위하는 걸까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3-17 11:10
수정 2024-03-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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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계간지 ‘한국 스켑틱’ 봄호 커버스토리
“채식 강요보다는 윤리적 육식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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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화가 프란스 스니더러스(1579~1657)의 작품 ‘부두의 시장 풍경’.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윤리적 육식이 가능한가’라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미술관 소장
벨기에 화가 프란스 스니더러스(1579~1657)의 작품 ‘부두의 시장 풍경’.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윤리적 육식이 가능한가’라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미술관 소장
지난 1월 국회에서는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됐다. 법 통과를 두고 찬성 측은 동물권의 확대라며 반겼고, 반대하는 쪽은 개에 대해서만 식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말처럼 전 국민 4명당 1명꼴로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됐다. 반려동물은 늘었지만, 반려동물을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교양 과학 계간지 ‘한국 스켑틱’ 봄호(37호)는 ‘인간의 권리, 동물의 권리’라는 주제의 커버 스토리로 동물권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다뤘다.

동물권을 이야기하면 우리에게는 다양한 질문이 다시 던져진다. ‘개를 먹으면 안 되는데, 소나 돼지, 닭은 먹어도 되나’, ‘동물권 보호를 위해서는 채식주의자가 돼야 하나’, ‘동물 사이에도 권리의 차이가 있을까’ 등이다.

윤리학자인 김성한 전주교대 교수는 인간이 동물을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주장들이 모두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공리주의와 권리론 이라는 측면에서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철학자 피터 싱어와 톰 레건의 입장을 소개했다. ‘동물 해방’이라는 책으로 동물권 운동을 촉발한 피터 싱어는 동물도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동물권은 동물을 지배하는 ‘갑’의 입장인 인간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한다는 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최훈 강원대 교수는 ‘윤리적 육식은 가능한가’라는 글을 통해 “윤리적 육식이라는 형용 모순적 표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왜 동물에게 권리가 있는지, 동물권을 존중하면서 육식을 할 수 있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본적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동물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치맥을 국민 간식처럼 싸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단지 닭이라는 이유로 닭의 기본적 욕구를 무시하고 공장형 사육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동물의 기본적 욕구를 존중하며 사육하고, 죽음이라는 고통의 과정을 주지 않고 도살한다면 윤리적 육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육식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채식 실천보다는 모든 농가가 동물 복지를 실천하도록 제도화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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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켑틱 봄호(37호)
한국 스켑틱 봄호(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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