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원불교 불탄·창교일 행사를 추모법회·생환 기원·봉사 모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종교계가 이른바 ‘힐링 모드’로 급속하게 선회하고 있다. 4~5월 중 예정된 기념행사를 대폭 축소, 혹은 취소하는 한편 희생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국민들과 함께 극복의 총력을 모으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불교계와 원불교, 개신교계는 그동안 흩어졌던 기도와 봉사의 구심점을 갖춰 희생과 아픔의 현장에 모여드는 추세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세월호 참사를 맞아 종교계에 희생자의 고통과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힐링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사진은 다음 달 11일까지를 ‘슬픔을 당한 가족과 함께하는 공동기도기간’으로 선포한 NCCK 교단장들이 최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기도처에 모여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NCCK 제공
NCCK 제공
봉축 행사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희생자 추모와 유가족 돕기의 움직임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조계종은 재난구호봉사단을 사고 현지에 급파해 구조대원과 유가족 지원에 매달리고 있으며 부산불교연합회는 연등연합대회와 제등행렬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적절한 시기에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태고종도 전국 시·도 교구 종무원과 사찰에서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기도를 매일 봉행 중이며, 진각종도 전국의 심인당(법당)에서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강도불사’를 열고 있다.
원불교는 최대 경절인 오는 28일 대각개교절(창교일) 기념식을 축소하고 대각개교절을 기념한 놀이잔치 등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 21일부터 진도 교당에서 매일 두 차례씩 실종자 가족들이 동참한 가운데 실종자와 구조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독경을 진행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에 재난재해구호대와 원봉공회를 파견했으며 진도실내체육관에 자원봉사센터를 마련, 구호대원·가족에게 차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개신교와 천주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최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관에서 긴급 교단장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1일까지를 ‘슬픔을 당한 가족과 함께하는 공동기도주간’으로 선포했다. NCCK는 회원교단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 “한국교회가 단 한 사람의 생존자까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회원 교단장들은 소속 교회에 새벽기도회나 주일 예배에 세월호 관련 주제를 놓고 특별기도 시간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교인과 시민이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기도처를 교회별로 마련토록 독려하고 있다. 앞서 문화사역 단체인 마커스 미니스트리는 설립 11주년을 맞아 대규모로 준비했던 행사를 취소했다. 이와 맞물려 천주교도 교구별로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한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회를 차례로 열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4-04-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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