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딱 감고 ‘불길’을 건너봐…울타리 깨부순 코끼리처럼[어린이 책]

눈 딱 감고 ‘불길’을 건너봐…울타리 깨부순 코끼리처럼[어린이 책]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3-03-17 01:26
수정 2023-03-1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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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도 될까?
오하나 지음/노란상상
48쪽/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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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평생을 산 코끼리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끼니마다 먹을 게 나오고, 때마다 깨끗한 물로 목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매일 한쪽으로 도는 일뿐. “난 매일 이렇게 지내는 게 마음에 들어”라고 혼잣말해 보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잠을 자려고 하는데,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동물원에 큰불이 난 것이다. 뜨거운 불길이 넘실거리며 다가오고 매캐한 연기가 사방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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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학습된 무기력’의 대표적 사례인 ‘길들여진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야기 속 코끼리는 그저 누군가 불을 꺼 주길 바란다. 그러나 불길이 점점 다가오자 코끼리는 자신도 모르게 육중한 몸을 날려 울타리를 부순다. 그 틈을 타 다른 동물들이 뛰쳐나가지만, 정작 코끼리는 망설인다. 평생 지내 온 곳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까닭에 ‘달려도 될까?’라고 스스로 묻는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서 희망을 점차 잃어버리고 무기력해진 심리 상태를 가리킨다. 이를 벗어나려면 마음속에 용기가 솟아야 한다. 울타리를 벗어난 뒤 눈을 딱 감고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처럼.

아이와 함께 읽으며 동물의 권리에 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겠다. 얼마 전 44년간 수족관에 갇혀 살다가 죽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범고래’ 키스카를 다룬 뉴스가 좋은 사례다.

키스카는 세 살 때 아이슬란드 해역에서 잡힌 이후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머린랜드 수족관에서 평생을 살았다. 일곱 살이 되던 해에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모두 죽었고, 2011년 유일한 친구인 이카이카마저 떠나면서 홀로 생활했다. 작은 수족관에 갇힌 키스카는 같은 공간을 계속해서 빙빙 돌거나 수족관 벽에 몸과 머리를 부딪치는 자해 행동을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5분이면 모두 읽을 수 있지만 동물과 관련한 묵직한 주제를 담았다.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가볍게 접근하기에 적당해 보인다.
2023-03-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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