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벨문학상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1974년 등단… 교사·교수로 재직
“체험하지 않은 허구 쓴 적 없어”
부모 삶과 죽음도 ‘칼같이’ 그려
낙태의 경험 쓴 ‘사건’ 등 문제작
가감없이 드러낸 금기에 논란도
에르노 “대단한 영광이자 책임감”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를 선정했다. 2019년 12월 5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에르노. 1984년 ‘남자의 자리’ AFP 연합뉴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에르노의 이름을 부르며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통제를 드러낸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 주는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소개했다.
‘남자의 자리’를 출간한 당시의 에르노. AFP 연합뉴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 ‘남자의 자리’(1984, 1984북스)
그에게 르노도상을 안긴 이 작품은 이후 에르노가 정립한 ‘자전적·전기적·사회학적’ 글의 시작점이 됐다. 에르노 자신의 아픈 기억을 소환해 써 내려간 소설 ‘사건’(2000)
에르노 자신은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다. 다만 인간의 욕망과 날것 그대로의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거침없이 파헤치다 보니 때론 선정적이어서 논란도 부른다. 프랑스에서 낙태가 불법이던 시절 자신의 임신 중절 경험을 쓴 작품 ‘사건’이 이런 사례다. 여성의 성, 가부장제의 폭력, 노동자 계급의 문화적 결핍과 가진 자들의 위선, 성적 억압과 차별 등 자신이 삶 속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모든 일을 문학으로 조형했다. 프랑스 기성 문단은 금기를 드러낸 에르노의 작품이 그저 폭로로 점철된 ‘노출증’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소설 ‘사건’을 원작으로 한 영화 ‘레벤망’은 2021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에르노는 수상자 발표 직후 스웨덴 공영 방송 인터뷰에서 “이것은 제게 대단한 영광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게 주어진 대단한 책임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2-10-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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