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신작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3년 만에 신작 산문집으로 돌아온 이병률 시인은 “사랑이 잘 안 돼서 힘든 시기에 후배랑 이야기하다가 ‘이 정도 아픈데 한 권이 안 나오겠느냐’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며 “고민했던 사랑 하나가 끝난 것이 이번 책이 나온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병률 시인 제공
이병률 시인 제공
괜한 소식 앞에 달막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희망을 입력할 때가 있다. 내가 당신 없이 잘 지내려 애쓰듯 당신도 마찬가지였으면, 새로운 사랑에서 오는 행복이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다. 이 시인의 “당신의 행복은 당신 혼자 만든 것이기를 바랍니다” 하는 바람은 더 미워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당부인지 모른다.
지난달 출간된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는 이 시인의 다섯 번째 산문집이자 여행 전문가인 그가 처음으로 사랑을 주제로 쓴 산문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짧은 문장 하나조차 마음을 붙잡고 위로하기는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이지만 오로지 사랑이 주제여서 더 애절하고 애틋하다. 최근 만난 이 시인은 “한 20년간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한 권 써 보고 싶었는데 어떤 사랑 하나가 끝나면서 이번에 책을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시인에게 사랑은 여행만큼이나 그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이자 창조의 원동력이다. 그는 “모든 예술이 사랑의 역사를 통해 조각됐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을 때 더 열심히 살아 있는 것 같고, 심장박동도 더 자주 뛰는 것 같고, 피도 세차게 도는 것 같다. 사랑의 힘으로 더 달리고, 더 많이 입체적으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사랑의 인자(因子)에 거침없이 몸을 맡기는 시인이 “에너지가 남아 있는 한 평생을 사랑하겠다”며 꿈을 꾸는 이유다.
사랑에 관한 산문집을 쓰고 보니 다음 나올 시집도 사랑이 주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이 시인은 귀띔했다. 사랑의 시집은 허수경 시인이 생전에 독일 베를린에서 이 시인에게 당부한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인은 “요즘은 사랑 안 하겠다고 정하고 혼자 살겠다고 하는데 깜짝 놀랄 일”이라며 “낯선 것에 빠지는 일이 사랑인 것 같은데 낯선 것을 두려워 말고, 안 해 본 것이라고 뒷걸음치지 말고 풍덩 적셔 봤으면 좋겠다. 이 책으로 그런 감정이 견인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2-10-0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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