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회피·공적 의료보험 반대… ‘좀비 아이디어’ 먹고사는 정치

방역 회피·공적 의료보험 반대… ‘좀비 아이디어’ 먹고사는 정치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7-21 17:42
수정 2022-07-2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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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폴 크루그먼 지음/김진원 옮김
부키/664쪽/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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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교수 연합뉴스
폴 크루그먼 교수
연합뉴스
좀비란 ‘살아 있는 시체’를 뜻한다. 조금 더 확장해서 쓴다면 생명력이 다했음에도 살아남아 사회를 혼동에 빠뜨리는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활용할 수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의 책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직설적인 제목 그대로 좀비, 정확히는 ‘좀비 아이디어’와 싸우는 책이다. 경제학자인 저자가 이론과 실증을 통해 틀린 것이 판명됐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살아남아 제대로 된 정책 입안을 막는 대상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지난 20여년간 언론에 기고한 글을 모았는데, 세계가 경험한 거의 모든 정책을 다뤄 소재의 폭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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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아이디어가 살아남는 가장 큰 이유로 정치를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정책을 예로 보면 처음부터 집단면역을 도모했던 스웨덴은 타격을 더 크게 입고 정책 실패를 경험하게 된 반면 여러 나라에서는 강력한 방역 정책이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미국 정부는 시장 경제 논리로 방역 제한에 소극적이었고, 저자가 “엄청난 참사”라고 지적했을 정도의 타격을 입어야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묻는다면 이게 다 좀비 탓이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바마 케어’로 이름 붙은 공적 의료보험의 확대를 둘러싼 현상 역시 저자에게는 좀비다. 실증적으로는 혜택을 받는 대상이 만족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음에도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 공포담’을 찾아 나서며 적극적으로 반대하려고 했다. 사회에 이로운 정책이라 하더라도 합의보다는 자극적인 반례를 찾아 논쟁을 키우는 한국 사회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시대 정치인들이나 그 정치인들을 섬기는 전문가들이 불편한 사실을 인정해야 할 의무를 절대 느끼지 않으며,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지만 그들의 어떤 주장도 취소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좀비 아이디어를 먹고사는 정치는 증거 자체도, 증거를 내미는 대상도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다 공격한다. 그 과정에서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선량한 시민들일 뿐이다.

2022-07-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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