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슨 vs 프리드먼/니컬러스 웝숏 지음/이가영 옮김/부키/552쪽/3만원
시장의 자유 강조한 프리드먼새뮤얼슨은 정부 개입에 무게
팬데믹 국면서 정부 역할 커져
무조건적 자유 주장할 힘 잃어
돈풀기 인플레 우려… 주의해야
이념 갈등 아닌 해법 모색 필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시카고의 실업자들이 민간단체가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폴 새뮤얼슨은 경기 과열과 주식시장 거품이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케인스식 설명에 따라 정부 역할을 강조했지만, 밀턴 프리드먼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자율을 올리면서 통화량이 감소했고, 그 결과 금융 시스템이 얼어붙고 주식시장이 무너졌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부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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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은 닮은 점이 많았다. 각각 1970년과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들은 유대인 이민 가정 출신으로 어린 시절 1930년대 대공황을 경험했고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폴 새뮤얼슨
새뮤얼슨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세율을 올리거나 정부 지출 비율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이자율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것을 제시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국채 등에 투자할 유인이 늘어나 현금 보유량을 줄이고, 이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새뮤얼슨이 정부가 임금과 상품 가격을 법으로 정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고 본 반면 프리드먼은 정부 역할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통화량을 조율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프리드먼은 또 국방과 사법 체계 이외에서 국가의 개입을 대부분 반대하며 징병제 폐지, 마약 합법화 등 선택의 자유를 강조했다.
밀턴 프리드먼
결과적으로 저자는 새뮤얼슨의 손을 들어준다.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도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너무 많이 풀면 돈의 가치가 낮아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프리드먼의 경고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첨언한다. 프리드먼이 시장 기능 활성화를 위해 전통적 복지 수당을 ‘부(負)의 소득세’로 바꾸자는 주장을 한 점도 흥미롭다. 최저생계비보다 적게 버는 국민에게 그 차액의 일정 부분을 보조금으로 메워 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자는 것으로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지금도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은행(WB)이 성장률 둔화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한 요즘, 이념적 갈등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두 경제학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통해 해답을 찾는 게 시급해 보인다.
2022-06-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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