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생각의 잡음
대니얼 카너먼·올리비에 시보니·캐스 선스타인 지음
장진영 옮김/김영사/616쪽/2만 5000원
잘생긴 외모는 긍정적 평가로
같은 능력도 제각각 다른 결론
핵심 벗어난 판단과 편견 때문
경험 통한 인과적 사고는 위험
통계·데이터 기반한 판단 중요
반론에 대해 열린 자세가 필요
2004년 3월 발생한 스페인 마드리드 통근 열차 폭탄 테러 사건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당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슬람교로 개종한 오리건주 출신 변호사 브랜던 메이필드를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했지만, 스페인에서 진범을 찾으면서 FBI의 확증 편향 오류(원래 가진 신념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가 드러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올리비에 시보니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HEC) 교수,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 로스쿨 교수와 함께 집필한 신간 ‘노이즈: 생각의 잡음’은 이처럼 개인과 조직의 판단 오류를 분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앞서 메이필드의 사례는 과학 수사도 편향과 잡음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FBI에서 존경받는 상관이었던 첫 번째 감식관이 메이필드에 대해 확증 편향을 갖고 잘못 판단하자, 편향된 정보를 제공받아 잡음에 노출된 두 번째, 세 번째 감식관도 연이어 잘못 판단하게 됐다.
판단에 잡음이 끼어들면 결과는 ‘복불복’ 추첨처럼 변질한다. 법정에서는 판사들도 휴식 직전보다 오전이나 식사 후 가석방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고, 배가 고프면 더 가혹하게 판결을 내린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직장에서 시행하는 근무 평정 다면평가도 완벽하지 못하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면 끝까지 긍정적 답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특히 몸 상태, 기분, 주변 분위기 등에 의해 좌우되는 잡음은 편향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사람들은 관찰한 사건의 원인을 힘들이지 않고 생각해내려 하지만, 이런 인과적 사고로는 잡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통계적으로 사고하면 잡음이 눈에 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저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잡음을 줄이려면 판단의 목표를 정확도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경험을 활용한 인과적 사고보다 통계와 데이터를 먼저 살펴본 뒤 의사 결정의 최종 순간에 직관을 허용하고, 여러 독립적 판단을 집계할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기업이나 조직에서 경영 판단 오류를 줄이고자 독립적 판단을 내리는 ‘잡음 감사’ 제도 도입도 제안한다.
2022-04-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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